법원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는 길이 다시 한 번 막혔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쌍용차의 2009년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사측이 상고하면서 해고자들의 복직이 미뤄진 가운데, 법원이 "고법 판결을 이행해 달라"며 해고자들이 낸 가처분 신청마저 기각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 1부(재판장 유상재)는 13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153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보전 및 임금 보전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2월 항소심 법원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의 불법성에 대한 채권자(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측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보전 소송의 경우 채권자가 피보전 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족한 구체적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면서 "(가처분 신청은) 정리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채권자들은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고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김태욱 변호사(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가처분 절차의 특수성을 이유로 정리해고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용자가 아닌 해고자들에게 돌린 것으로,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1999년 대법원은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이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에게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6년 만에 일터 복귀를 기대했던 해고 노동자들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2009년 해고된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소명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항소심 판결문 이상의 소명 자료가 어디 있느냐"면서 "법원이 사실에 눈 감고 정치적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실장은 "애초부터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나온 판결이 아니었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지난 5월에 냈는데, 7월 심리 종결 이후에도 사측이 서면 자료를 계속 내는 것을 재판부가 다 받아줬다"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5월 "쌍용차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번 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달 30일부터 쌍용차 공장에서부터 법원까지 매일 삼보일배를 진행해 왔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고자의 생계 해결이 시급하니, 우선 고등법원 판결을 이행하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관련 기사 : 해고 무효 판결 받았는데…"'기다림'과 싸운다")
이창근 실장은 "현재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변호인단과 결정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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