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故 육영수 전 영부인의 언니의 딸)의 아들이 이사이자 대주주로 있는 한 창업투자회사가 올해 초 정부기관이 운용·관리하는 펀드 4개 870억 원어치의 운용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13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정원석 씨가 최대주주인 창투사 '컴퍼니케이'는 올해 5~6월 사이 잇달아 4개의 정부펀드 투자조합 운용사(GP)로 선정됐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애그로시드펀드(100억 원 내외)를 시작으로, 그 다음달에 미래창조과학부의 디지털콘텐츠코리아 펀드(150억 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펀드(200억 원), 금융위원회 주관 스타트업윈윈펀드(420억 원) 등이었다.
컴퍼니케이의 최대주주는 '금보개발'이라는 기업으로, 바로 정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금보개발은 지난 3월 14일 다른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69.3%) 지위를 확보했고, 다음달 25일에는 74.3%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정 씨는 지난해 3월 컴퍼니케이의 이사로 취임했다. 컴퍼니케이의 작년 자금운용 규모는 1100억 원대였으나, 올해 따낸 정부펀드 4곳 등이 포함되면서 현재 202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박 의원은 "금보개발이 컴퍼니케이의 대주주가 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들이 투자조합 운용사 선정공고를 낸 시점이었고, 대주주가 바뀐 이후엔 사업에 공모했던 정부 펀드 4건에 모두 운용사로 뽑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컴퍼니케이가 지난해 초 금융위의 성장사다리펀드 운용사로 신청했지만 탈락했었는데, 올해 정 씨가 대주주가 된 후에는 일사천리로 4개의 펀드 운용사가 된 것도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컴퍼니케이 측에서는 우연일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컴퍼니케이 대표 김모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 씨는 대주주일 뿐"이라면서, 펀드 운용사 선정에 대해서도 "오래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 온 만큼의 결과다. 올해 정부 정책자금 펀드가 많이 늘어 많은 회사들이 더 큰 규모로 펀드를 결성했다"고 했다. 올해 3월 금보개발이 최대주주가 된 데 대해서는 "(정 씨의 금보개발은) 2006년 회사 설립 초기 주주 가운데 하나"라며 "주주들끼리 회사 지분을 확보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