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새로 창업하는 모든 기업은 물론 지방에서 운영 중인 중소기업에 대해 법인세가 차등 감면된다. 또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은 건강보험료 직장 분담금을 감면받게 된다.
정부는 25일,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진주산업대학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민감한 자리에서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때 정책과 노선을 정확히 보고 선택하라, 지지 정당을 바꾸라고는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도 "각 당 안에서 균형발전에 저촉되는, 퇴영적인 정책이 안 나오도록 막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과 언론, 일반 여론을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 4단계로 분류, 법인세 차별 감면
정부는 지역발전 정도에 따라 전국을 4단계로 분류키로 했다. 33개 업종의 중소기업이 가장 낙후된 지역I에 창업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법인세를 70%까지 감면받게 된다. 지역II 50%, 지역III 30%, 지역IV 0% 로 감면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이같은 제도 개선으로 지난 2005년 기준으로 3500억 원 수준인 중소기업 세제 감면규모가 최대 85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기업도 혜택을 받게 된다. 또 수도권에서 지역I로 이전하는 대기업에 대해 최초 10년간 70%, 이후 5년간 35%의 법인세를 감면하고 지역II로 이전할 경우 10년간 50%, 이후 5년간 25%, 지역III으로 이전하면 10년간 30%, 이후 5년간 15%를 각각 감면받는 것.
또 지방으로 이전한 수도권 옛 공장부지에 대해 이전 후 5년간 종전 공장용지와 같이 재산세 0.2% 과세,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으로 분리과세하고 종전부지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현행 3년 거치 3년 분할과세인 과세이연 기간을 5년 거치 5년으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특히 지역발전 정도가 낮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주가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 가운데 최대 50%까지 재정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당초 고려됐던 국민연금 감면 등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실효성 있을까?
정부는 이날 백화점식 계획을 내놓았지만 현실화 여부나 가시적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이같은 계획이 차기 정부에서도 계승될 수 있을 것이냐'와 '기업이 세금 깎아준다고 지방으로 옮겨 가겠냐'는 것이 핵심적 의문점이다.
특히 기업 이전 등 실제 효과 문제는 더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대다수 기업들의 관심은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수도권 규제완화'인 것.
게다가 이날 발표된 대책들이 과연 '지역 유인책'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역III으로 이전하는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현재보다 세금 감면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다.
지역 이전 기업 종업원들에게 아파트를 특별분양한다는 발표에 대해선 "지금도 지역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이야기도 터져나왔다.
"여론 지지 있으면 입법화 가능"
노 대통령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모든 문제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에게 성취는 없다' '낙관적 전망을 만들고 결의를 가지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에게만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이지 과연 될까, 될까 하는 사람에게 성공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만일에 성과가 부실하면 '또 삼 단계 정책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그런 결의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2단계 균형발전계획을 법제화한다는 목표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서라도 각 정당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인 것.
노 대통령은 이날도 "입법화가 다소 걱정이지만 국민의 여론이 담긴 지지와 조직된 세력이 힘을 모으면 국회에서 입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관용, 절제, 창조성, 생산성 기준 충족하는 정치인"
한편 이날 노 대통령은 여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본고사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대학자율이라고 해서 국민들 절반 이상이 본고사를 지지한다"면서 "알고 지지하는지 모르고 지지하는지 일일이 물어보지 못했지만 참혹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본고사가 부활하거나 종부세가 폐지되면 실제 혜택을 보는 계층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언론과 정치권의 오도로 인해 '뭘 모르고 따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
노 대통령은 "언론이 뭐하고 있냐"'면서 "종부세 내는 사람이 전 국민의 2%도 안 되는데 (폐지를 주장하는 언론은) 누구를 위한 언론이냐"고 언론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노 대통령은 "관용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에 대한 공격에서도 절제할 수 있고 창조성과 생산성이 높은 정치가 필요하고 정치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선진정치의 덕목을 열거한 후 "감히 말씀 드리건데 대통령 노무현은 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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