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교 총학생회의 잇따른 거부 선언에도 중앙일보사가 6일 예정대로 2014년도 대학종합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거부 선언에 동참한 학교 학생회는 이날 "대학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평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일보사 측에 현 평가제도에 대한 수정,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관련 기사 : "대학평가, 대학본질 훼손한다" 대학생들 거부 선언)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울대, 성공회대, 연세대, 한양대 등 대학 평가 거부 선언에 참가한 서울 지역 8개 대학 총학생회 학생 30여 명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일보사 앞에 모였다. 한양대 김창식 총학생회장이 <중앙일보> 6일 자 신문을 크게 펼쳐 1면 하단 "동국·건국·시립대 약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날 <중앙일보>에는 1면과 6,7,8면 총 4면에 걸쳐 대학 평가 기사가 실렸다.
지난달 22일 최초로 거부 선언을 한 고려대 최종운 총학생회장은 "우려했던 자극적 보도 행태는 달라진 점이 없었고, 결국 지면에는 대학 교육 선진화 방안 이야기는 사라진 채 서열과 경쟁만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정원빈 총학생회장도 중앙일보사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동국대에 대해 "교수당 국내학술지 논문 4위 등 연구 성과가 향상됐고 국제화 부문(지난해 4위->3위)도 상승세"라며 "약진"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동국대는 오늘 역대 최고 성적인 11위에 올랐다. 국제화 부문이 상승한 결과"라며 "그러나 무분별하게 영어강의를 증설해 학생들은 모국어로 공부하기도 힘든데도 영어 강의를 듣고 있다. 심지어 한국학 전공에선 영어로 말을 지어내는 일도 있다"고 했다. 대학 평가표에 제시된 기준과 학생들의 평가 기준이 다름을 지적한 것.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학교육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던 처음의 취지는 이미 변질되었고, 대형화와 국제화라는 미명 아래 진리추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본분에 대한 망각만이 남았을 뿐"이라며 "정론지를 표방하는 중앙일보의 대학 평가는 치료보다 오히려 질병을 권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한 취업 사관학교로 바라보는 현재의 시각을 넘어서서 대학 본연의 목적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효율성과 다양성을 모두 녹여낼 수 있는 현대적인 대학의 상을 모두 함께 고민해볼 때"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중앙일보사에 항의하는 취지로 중앙일보사 건물 외벽에 대학 평가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적은 종이를 붙였다. 이후 중앙일보사 홍보팀 관계자에게 '대학생 대표자-중앙일보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면담 요청서를 통해 대학 평가를 비판하는 한편 "언론사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하는 소통의 창구이듯, 대학 평가를 둘러싼 대학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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