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공사에서,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에 속한 건설 계열사들이 입찰 담합을 저질러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는 일이 일어났다. 공정위는 이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5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9년 8월 조달청이 발주한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사업 919 공구 건설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가를 담합했다. 이들은 가격 경쟁이 이뤄지면 낮은 가격에 입찰받게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해, 공사 추정 금액(1998억 원)의 94%선인 1880억 원 내외의 비슷한 가격을 써내기로 했다. '가격 경쟁 없이 설계로만 경쟁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결국 최종 낙찰자는 삼성물산이 됐다. 낙찰 내역을 보면,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은 가격 점수에서는 44.9점(삼성) 대 45점(현대)으로 0.1점 미만 차이의 거의 같은 결과를 얻었다. 공정위는 "(추정가의) 94% 수준에서 투찰 가격을 정한 것은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피하면서, 동시에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승부는 이들의 담합 의도대로 설계 점수에서 났고, 설계에서 1.4점 앞선 삼성(46.2점. 현대는 44.8점)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낙찰자는 설계 점수 55점, 가격 점수 45점 만점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선정됐다.
입찰가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919 공구는 서울 삼전동에서 석촌동까지의 1560미터 구간이다. 이 구간 인근에서는 이른바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는 석촌호수 일대에서 나타난 싱크홀 현상의 원인에 대해 민간 조사위원회에 조사를 맡겼고, 위원회(위원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919 공구 실드 터널 공사가 원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도 지난 8월 28일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서울시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시인했었다. 결국 입찰 담합이 부실 시공으로까지 이어진 셈.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총 190억3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삼성물산 162억4300만 원, 현대산업개발 27억9100만 원)했다. 공정위는 또 이들 2개 회사를 공정거래법 19조 위반(부당 공동 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당 공동 행위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