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의 2인자 그룹으로 불리는 권력 실세들이 대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한한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통일부는 4일 아침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한 고위 대표단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 소식을 전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금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 등 북한 인사가 폐막식 참석을 위해 우리 측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황 총정치국장은 지난달 25일 국방위 부위원장직에 오른 북한 인민군 최고위 인사다. 계급은 차수로, 원수 계급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포함하면 인민군 서열 2위, 김 제1위원장을 빼면 군내 서열 1위다. 막강한 권력이 집중돼 있고 부장이 없는 북한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직을 겸하고 있다.
황 총정치국장의 전임자인 최룡해 비서는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으로는 최초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지냈고, 최근 당 근로단체 담당 비서로 복귀했지만 김 제1위원장의 신임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총정치국장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2인자 그룹으로 꼽힌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김양건 비서는 잘 알려진 대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이며 당 대남담당 비서로,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이 3명의 핵심 인물을 포함해 실무진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됐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측 대표단의 방한은 전날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체육계 인사를 통해 정부에 통보됐다.
北 고위대표단, 김관진 등과 오찬회담 예정…회담 의제는?
통일부는 북측 고위대표단이 인천의 한 호텔에서 남측과 오찬 회담 형식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장관, 김규현 안보실 1차장이 남측 대표단으로 나간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물꼬가 트일지, 어떤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앞서 남북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측 응원단 파견 문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선전물 살포 문제,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이날 회담에서는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며, 여러 남북관계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 권력 실세들, 특히 김정은 1위원장의 측근들이 동시에 방한한 것을 놓고 보면, 특정 현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폐막식에 북한 측 고위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그 의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북한 선수단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에 이어 고위급 대표단이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측 고위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통령 일정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그런 가능성까지 (통일부 대변인인) 제가 예단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환영 메시지와 함께, 박 대통령에게 북측 대표단을 면담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은 "북 실세들의 첫 방한이 의미 있다"며 "5년 전 DJ 조문사절 이래 최고위 방한 인사들이니 정부도 이 기회를 활용하고 특히 박 대통령의 면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은 "역대 대통령도 북 고위급 인사를 면담한 선례가 많다"며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인제 최고위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최고 실세 3명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오늘 인천을 전격 방문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평양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남북관계의 진일보임에는 틀림없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 역시 "가능하면 대통령 면담도 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 주고 받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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