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연장노동시간을 늘리고 휴일노동에 대한 가산수당은 삭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등은 현재 주당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년 간 주 20시간으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2일 발의했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은 1주 52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이지만,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법정근로시간은 1주 60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60시간으로 늘리자는 것은 재계의 오랜 요구였다. "노사합의에 따라 1년 간"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휴일노동에 대한 가산임금도 없앴다. 현행 근로기준법 56조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에 대해'라고만 규정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휴일에 연장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지금보다 수당을 덜 받게 된다. 기존에는 통상임금의 200%(통상근로 100%+휴일수당 50%+연장수당 50%)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통상임금의 150%(통상근로 100%+연장수당 50%)를 받는다.
또 이번 개정안에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도 현행 2주 및 3개월에서 1개월 및 1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일에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 범위 안에 맞추는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가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줄이는 장치로 쓰인다. 사용자 측은 단위 기간이 늘어나는 방향을 선호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되면 재계는 휴일노동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켜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정상화 판결로 늘어난 연장노동수당 부담도 상쇄시키고 오히려 더 깎을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논의해 온 사회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개악안이며 명백한 착취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노사합의하에 1년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를 단 데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미미한 한국 현실에선 '사실상 강제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노사 간의 실질적인 합의’가 불가능한 게 한국 현실이라는 것.
민주노총은 “아무리 야당이 무기력하다고 한들 이런 수준의 개악안을 밀어붙이는 건 가히 입법폭력이라 할만하다”라며 “10월, 11월 총력을 다 해 새누리당의 개악입법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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