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ㄱ(22) 씨. 학교에서 안내한 산학협력 현장 실습생으로 롯데호텔에 들어갔지만, "노동 착취만 당했다"고 했다.
일을 배우리라 기대한 ㄱ 씨는 정작 롯데호텔에서 그릇 닦기, 그릇 치우기, 손님 응대, 비워진 음료 채우기, 식기 정리 등 단순 보조 업무만 했다. 특급 호텔에서 일도 배우고, 취업할 때 가산점을 받으리라는 기대는 깨졌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한 대가로 그가 받은 돈은 한 달에 30만 원에 불과했다.
ㄱ 씨는 "(롯데호텔) 담당자가 '너희 여기서 이런 거 한다고 레시피 알 수 있는 것 아니니 양식, 일식이든 아무데나 가라'고 했다"며 "현장 실습생 제도는 기업이 (학생을) 부려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마음껏 부려먹는 것 같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ㄱ 씨와 같이 일한 아르바이트생 김영 씨는 "실습생도 주방 정리 등 나와 똑같은 단순 보조 업무를 했는데, 나는 '알바'라서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학생들은 같은 일을 하고 한 달에 30만 원을 받으니 이상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선수촌 식당서 하루 12시간 중노동
또 다른 대학의 조리학과 학생인 ㄴ(19) 씨는 아시안게임 선수촌 식당에서 하루 12시간씩 2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밥도 15분 안에 먹고 오라는 통에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ㄴ 씨는 "하루 12시간씩 휴무 없이 일한 것도 힘들었지만, (업체가)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처음엔 (총 실습 시간이) 180시간이었는데, 225시간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실습비는 기본이 50만 원인데, 많으면 70만 원까지 준다고 말로만 들었다.
ㄴ 씨는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는 학생에게 현장 실습 선택권이 없었다"며 "학교에서 하라고 하니까 하는데, 일하기 싫어서 휴학한 학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청년유니온은 30일 국회에서 '청년 노동 증언대회'를 열고 이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주 40시간 일하고 시급 1684원…'위장 실습'
청년윤온이 81개 기업, 25개 대학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장 실습생은 평균 5.42주씩 주 40.25시간을 일하고 평균 35만1993원을 받았다. 시급으로 따지면 1684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의 3분의 1가량이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2012년 전국의 대학 산학협력 현장 실습 파견자가 4만 명 정도 되는데,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한 사람당 60만 원씩 1년에 240억 원의 체불 임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은 "학생들이 실습 평가나 학점, 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문제제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고등학교 2, 3학년 현장 실습생 노동 착취 문제가 제기됐는데, 대학 현장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알바'를 시키고, 교육보다 업무 보조로 변질됐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의 류하경 변호사는 류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계약의 명목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있다면, 현장 실습생도 근로자"라며 "이들도 노동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호텔 조리학과 학생에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설거지를 시키는 일은 '불법 파견, 위장 도급' 논란과 마찬가지로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 실습'"이라며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위원장은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산업체와 학업을 병행하는 현장 실습생이어도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면서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롯데호텔 측은 '위장 실습' 논란에 대해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