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친일·독재 미화 발언을 한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등 역사·언론 단체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이 이사장 퇴진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각 단체 대표 20여 명은 "이인호 씨의 일련의 발언들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친일청산작업을 근본에서 부정하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냉전 시대로 돌리는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신임 이사로 선출된 이 이사장은 지난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참석, 친일파 청산이 소련의 지령이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취임 전부터 숱한 역사 왜곡 발언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3월 청와대 초청으로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백년전쟁>과 관련해 "국가 안보차원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선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비호한 바 있다.
또, '일제 시대는 하느님의 뜻' 발언으로 국무총리직을 낙마한 문창극 교수 강연에 대해 "감동"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조부 고(故) 이명세 씨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공표한 친일반역자 1006명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라며 '전 민족 친일 공범론'을 동원하기도 했다.
각 대표들은 이 이사장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한국 근현대사의 왜곡에 앞장서던 뉴라이트의 선봉으로 활약하더니 급기야 박근혜 정권에서는 역사 왜곡에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할 정도의 위상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이사장 자리는 그동안 벌여온 역사 왜곡에 대한 보상이자, 앞으로 있을 더 큰 역사 왜곡을 위한 교두보"라고 했다.
이들은 친일·독재 미화에 앞장선 인사가 공영방송 이사장에 취임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적극 나선 역사 왜곡 작업의 일환으로 봤다. 이들은 "교학사 사태나 한국사 국정제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권은 한국 근현대사 인식체계를 친일과 독재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이인호 씨의 KBS 이사장 낙하산 인사는 교육 부문에서 시작된 박근혜 정권의 역사 왜곡 움직임이 언론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평했다.
이들은 아울러 최근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의 등장 역시 박근혜 정권이 역사 왜곡이 가능한 사회적 토양을 만들었기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한상권 상임대표는 "이승만 정권의 비호 하에서 반공이란 명분 하에 테러를 주도한 서북청년단을 이 시점에서 재건하겠다고 하는 건 이승만 정권 비호 하의 폭력을 부활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광기가 횡행하는 사회가 만드는 데 이인호 이사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이인호 이사장은 퇴진해야 하며, 만일 하지 않는다면 그를 임명한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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