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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은행잎, 왜 독일 제약회사가 독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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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은행잎, 왜 독일 제약회사가 독점했나?

강원도 평창의 '환경 올림픽'이 중요한 이유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은행나뭇과에 하나뿐인 나무로, 대한민국 지천에서 자란다. 1980년대를 살아온 많은 사람들은 '한국산 은행잎 수출 논란'이라는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이른바 '징코민 논란'이다.

한국산 은행잎에서만 추출되는 '징코프라본 글리코사이드'는 고혈압과 당뇨, 심장질환 등에 탁월한 효능을 보였는데, 한국산 은행잎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들여가 엄청난 수익을 누린 것은 정작 독일의 제약회사 쉬바베였다.

1981년 쉬바베가 개발한 성분과 동일한 성분을 자체적으로 추출하는 데 성공한 동방제약은 1985년 '독일 쉬바베사가 한국의 진귀한 자원을 독점적으로 사들여 엄청난 수익을 누렸다'며 미국 특허청에 제소를 한다. 이 사건은 3년간의 공방 끝에 결국, 동방제약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쉬바베는 한국에서 연간 은행잎 1200톤(t)~1500톤가량을 톤당 3000~4000달러에 헐값으로 사들이고 있었다. 동방제약은 쉬바베가 3600만~6000만 달러를 들여 은행잎을 완제의약품화 해 50억 달러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매일경제> 1988년 6월 27일 자 참조)

'징코민 논란'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생물자원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다른 예로 신종플루가 있다. 신종플루가 한국을 발칵 뒤집어놓았을 때, 독점 논란을 일으켰던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이라는 식물을 원료로 한다. 그런데 팔각회향은 중국, 인도,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대부분 개도국)에서 생산된다. 선진국 스위스의 로슈는 특허법의 보호를 받으며 개도국의 생물종을 헐값으로 마음껏 이용하고 이익을 사실상 독점한다.

이런 문제점과 함께 생물종 자체의 멸종도 큰 문제다. 전지구적 문제를 직감한 인류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들었다. 이 곳에서 인류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선언(리우 선언)하고 생물종의 보존과 생명 자원을 이용한 공평한 이익 분배에 합의한다. 당시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더불어 세계 3대 환경 협약 중 하나다.

리우 정신을 구현할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 12)가 29일 강원도 평창에서 막을 올렸다. 이른바 '환경 올림픽'으로 불리는 COP 12는, 이날부터 10월 17일까지 19일간 194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대표단과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다국적 기업 등 참가자 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일대에서 진행된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다. ⓒ강원도

'환경올림픽'서 강원선언문, 평창로드맵 채택 예정

UN 환경프로그램 보고서(2000년)에 따르면 전 세계 생물종은 1400만 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175만 종(13%)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 등으로 생물종은 급격히 감소하는 중이다.

그 원인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구증가, 산업화·도시화 등 인류문명의 진보다. UN의 제3차 생물다양성 전망보고서(2010년)는 산업화 도시화 상황에서 생물종 감소는 자연상태보다 1000배 이상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생물다양성은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인류의 생존과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인류의 식량은 거의 100%가 동식물성이다. 의약품, 화장품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많은 제품도 동식물성 추출 물질을 주요 성분으로 하고 있다.

COP 12는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주제로 열리며,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생물다양성 관련 목표를 반영시키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다음 달 12일 발효되는 나고야의정서의 이행체계 구축 방안도 핵심 의제다.

COP 12는 9월 29일∼10월 3일 제7차 바이오안전성의정서 회의, 10월 6일∼17일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10월 13일∼17일 제1차 나고야의정서 회의, 10월 15일∼16일 고위급 회의 등으로 구성된다. 고위급 회의는 개최국이 주도하는 정치적 포럼 성격의 회의로 194개 당사국 장관과 주요 국제기구 대표가 모여 총회 주제를 놓고 토론하게 된다.

고위급회의에서는 기후변화, 수자원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생물다양성 증진, 비무장지대(DMZ)와 같은 접경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해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고위급회의 결과는 '강원 선언문'(Declaration) 형태로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총회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추진 수단, 추진 방식 등을 정리해 '평창로드맵'형식으로 채택, 발표할 전망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번 총회 개최로 4631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76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COP 12는 학계, NGO와 각국 정부, 그리고 메이저 곡물회사, 제약회사 및 각종 바이오 기업들이 벌이는 소리없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생물다양성협약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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