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북한에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요즘은 조선중앙TV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전력 증산을 부르짖고 있다. 질 좋은 석탄을 더 많이 캐 화력발전소로 보내줘야 한다며 연일 이곳저곳 탄광들과 화력발전소의 모습들을 방영하고 있다.
북한의 전력난이 부쩍 심해진 것은 가뭄 때문이다. 북한의 전력은 수력과 화력발전에 의해서만 생산되고 있는데, 통계청의 북한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수력에 의한 발전량이 전체의 62.8%를 차지하고 있다. 수력발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데, 북한은 올해 가뭄이 심각하다. 북한에서는 ‘100년만의 가뭄’이라고 언급할 정도이다.
우리 기상청의 자료를 보더라도 북한의 가뭄 언급이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기상청이 북한내 27개 관측 지점의 강수량을 입수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27개 지점의 강수량 평균은 490mm로 평년 719mm의 68% 수준에 그쳤다. 특히, 개성은 평년의 34%, 해주 49%, 평양 64%, 원산 54% 등 북한의 남쪽 지역 가뭄이 심한 양상을 보였다. 자유아시아 방송은 이러한 가뭄으로 인한 전력 부족으로 인해, 9월초 평양의 대동강 이남 지역이 3일 동안 정전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력발전에 차질이 생기면서 화력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데, 화력발전의 원료 가운데 하나인 원유 수급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북중간 무역통계를 보면, 올 들어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원유는 ‘0’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북 원유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통계상 원유 수출이 ‘0’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원유 조달이 원활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탄광의 석탄 채굴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양상이다. 질좋은 석탄을 생산하는 것이 ‘사회주의 수호전의 최전방을 지키는 것’이라며 광부들의 사명감을 강조하고 있다. 막장의 광부들을 영웅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뭄은 농사에도 영향
심각한 가뭄에서 비롯된 전력 부족도 문제지만, 가뭄은 북한의 농사 작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뭄 피해가 특히 심각한 곳이 북한의 곡창지대라는 황해도와 평안남도 같은 남쪽 지역이기 때문이다. 북한 농업 전문가는 “가뭄으로 인해 북한의 수확량이 수십만 톤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탄을 증산해 화력발전 양을 늘린다지만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가뭄과 전력부족으로 인해 산업부문에서의 생산차질과 농업부문에서의 작황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농업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받는 북한의 현실은 북한 내부의 경제구조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나름대로 여러 경제개혁 조치를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 투자를 끌어들이지 않고 북한 경제의 회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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