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전총리 '아베 친서' 들고 방한…한일관계 해빙?

한일 정상회담 추진설 속 '과거사 문제' 걸림돌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19일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제스츄어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모리 전 총리는 세로로 '대한민국대통령 박근혜 귀하', 가로로 '내각 총리대신관저'라고 쓰인 흰색 서류를 준비해 박 대통령을 만났다. 아베 총리는 이 친서를 통해 "오는 가을에 개최될 국제회의의 계기에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모리 전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의 친서를 전달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대일 외교 기조가 변화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도 지속적으로 한일관계 진전을 요구해왔다. 

일본 측은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아베 총리가 친서에서 언급한 국제회의는 10월 이탈이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11월 중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호주 G20 정상회의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11월 중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의식해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자연스럽게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아베 총리와) 마주칠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그 많은 기회 중 어디가 될지 준비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일관계의 급진전을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진정한 사과와 진전된 조치를 선행조건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모리 전 총리가 들고 온 친서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여전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모리 전 총리에게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55분 밖에 남아있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드려 한일관계가 잘 발전될 수 있도록 모리 전 총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 한일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양국관계가 잘 풀리기 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를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다시 공을 넘긴 셈이지만 최근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보도 취소 사건 등으로 고조된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타협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