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인가?"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으면서 가장 유력한 경쟁입찰자였던 삼성그룹을 따돌렸지만, 재계 안팎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 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한전부지 면적 7만9342㎡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4억3879만 원을 주고 땅을 산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정신이라면, 4조 원 안팎 이상을 주고 입찰하기 어렵다는 것이 투자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선 한전부지를 두고 '재계 1, 2위 삼성가와 현대가의 자존심 걸린 가문의 대결'이라는 사심 어린 결정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무성하다.
현대차 그룹측에서는 한전부지에 수익성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30여 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을 지을 예정이기 때문에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른바 '실수요자'론이다. 하지만 투자전문가들은 "아무리 실수요에 따른 입찰가격이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냉정한 계산'으로 입찰에 임한 삼성 측은 시장의 예상대로 4조 원 정도에 입찰했고, 입찰에 패했다고 해서 아쉬워 하는 기색이 없다.
그룹 3사 주가 폭락, 한전 주가 폭등
미래가치에 민감한 증시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한전부지 입찰을 따낸 현대차 콘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주가는 18일 오후 2시 현재 10% 가까운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감정가의 3배 이상의 땅값을 챙긴 한국전력은 10% 가까이 주가가 치솟고 있다.
한편으로 서울시도 웃고 있다. 토지 거래에 따른 세금과 감정가의 40%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종상향에 따른 현대차콘소시엄의 기부채납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가만히 앉아 챙기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을 통해 한국의 '아우토슈타트'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시에 소유한 곳으로 본사와 공장, 자동차 박물관, 출고 센터, 자동차 체험 공간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된 독일의 10대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차그룹도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세워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합 문화 시설을 갖춘 강남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예정이다. 110층 규모의 건물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GBC에는 현대차그룹의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업무시설을 만들고, 곳곳에 흩어진 계열사를 한 데 모아 부족했던 사무 공간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발비용까지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에 투자할 금액은 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및 투자금 회수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바람대로 한전부지 일대가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로 재탄생할 것인지, 초고층빌딩의 저주가 깃든 '재계의 아우슈비츠'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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