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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전쟁'에 대한 70대 '공공지식인'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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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전쟁'에 대한 70대 '공공지식인'의 일갈

[차이나 프리즘] "바보야! 문제는 리더야"

지난해 9월 타이완의 정치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었다. 국민당 주석이면서 동시에 중화민국의 총통이기도 한 마잉주(馬英九)가 입법원장(우리의 국회의장) 왕진핑(王金平)의 국민당 당적을 박탈한 사건인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발생 시점에 착안하여 '9월 정쟁'이라고 이름 붙이거나 혹은 두 사람의 성씨를 따서 '마왕(马王)전쟁'이라고 하는 등 타이완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국민당 내부의 핵심 권력층이자 라이벌 관계였던 두 사람의 권력투쟁 성격으로 진행되면서 한쪽 당사자의 패배로 끝날 것으로 생각되던 이 사건은 총통 직속의 특별사찰기관이 불법도청을 하여,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타이완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전화되었다. 중화민국 총통, 행정원장, 입법원장에 야당인 민진당의 고위 정치인들도 다수가 연루된 이 사건은 타이완 정치사에 있어서 초유의 정치스캔들로 불리고, 타이완의 민주정치의 허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2012년 선거에서 민진당의 여성 정치인 차이잉원(蔡英文)에 승리하고 두 번째 총통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마잉주는 국립타이완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법학 박사학위를 받아 귀국한 이후, 장제스(蒋介石) 초대 총통의 아들인 장징궈(蒋经国) 전 총통의 비서로 비교적 순탄하게 정치권에 입문하고, 불과 43세의 나이에 법무장관이 되었다. 1998년과 2002년 연이어 국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수도 타이베이의 시장에 당선되고, 이후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도 승리하는 등 그다지 정치적 부침을 겪지 않은 엘리트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순풍에 돛 단 듯이 순항하는 정치생애로 인해 외부와의 소통이 부족한 독불장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기관리에 철저하나, 자신과 맞는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어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9월의 마잉주는 지지율이 10%도 되지 못하고, 당장 탄핵선거를 할 경우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비율이 49.2%에 이르는 등 집권 2기 2년 차에 심각한 레임덕 상황에 직면하였다.

▲ 마잉주 총통은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대만 사회 곳곳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8일 대학생들이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입법원(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모습. ⓒAP=연합뉴스

당시 타이완을 비롯하여 홍콩 등 중화권의 지식인 사회에서도 타이완의 정치혼돈과 국민당의 부패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제기하였었다. 특히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주주간>(亚洲周刊)의 주필 난팡숴(南方朔, 본명은 왕싱칭王杏庆)는 마잉주의 1기 정부는 타이완 평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친중국적 경제교류정책을 채택하고,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중소기업의 이익 확대 대신에 주요 대기업의 이익과 국민당 상층부의 이익을 추구했다고 비판하면서, 2012년 선거에서는 민진당의 차이잉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었다.

70세에 가까운 고령의 나이에도 난팡숴는 2013년 8월 14일 영화감독 커이정, 작가 펑광웬, 환경보호 전문 법률가 원뤄빈, 음악가 린성샹, 국립청화대학 명예교수 펑밍훼이 등과 공동으로 '헌법(憲法) 제 133조 실천 연맹'을 조직하고 마잉주의 정책을 따라 민의에 역행하는 입법위원을 파면시키자는 운동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는 “민주는 4년마다 한 차례씩 있는 선거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파면은 헌법 제17조와 제133조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타이완의 정치민주화를 촉구하였다.

그러나 2013년 9월 마잉주가 타이완의 언론매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난팡숴도 9월 23일에 <중국시보>(中国时报)에 칼럼 게재를 거부당했다면서 앞으로 자신은 중국시보에 글을 싣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쓴 것은 먹기 싫어하고 단 것만 먹기 좋아하는 정치인이 다수인 것은 어느 시대이든, 어떤 정치제도이든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난팡숴는 2010년에 다음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바보야! 문제는 리더에게 있어.(笨蛋! 问题在领导)> . 그는 미국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 "It's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는 한 마디로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고 하면서, 현재 타이완의 정치는 지도자의 리더십문제가 가장 핵심문제라고 지적하였다.

1972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중국의 수교조건에 의해 미국이 타이완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자, 예정된 장학금도 거부하면서 미국 유학을 취소한 강단을 보여준 난팡숴는 언제나 권력의 반대편에서 비판을 제기하는 민간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중국(대륙)에서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발표하거나, 행동에 나서는 지식인들을 지식의 '공공성'(公共性)을 실천하는 '공공지식인'이라고 명명하면서 50명, 100명씩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난팡숴는 정좌경우(정치는 좌파, 경제는 우파 즉 정치는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경제는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입장을 의미하는 의미)라는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해 2012년도 화인(華人) 공공지식인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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