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영리병원 1호 후보인 제주도 싼얼병원의 사업 계획서를 불허하기로 했다. '영리병원 유치 선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조급증이 졸속 추진을 낳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외교부 공관(주중 한국대사관)의 현지 조사 결과, 싼얼병원의 모기업 대표자는 구속 상태에 있으며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고, 모기업 산하 회사 두 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불승인 근거로 "중국 모기업 대표자의 구속 등으로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고, 병원 내 응급 의료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복지부는 "제주도나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 유치는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투자 의사와 능력이 충분하고 국내법상 문제가 되지 않으면 영리병원 투자 사례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12일 "영리병원 설립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나, 아직 유치 사례가 전무하다"면서 싼얼병원 승인 여부를 9월 내로 확정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모기업과 그 계열사가 '유령 회사'라는 점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영리병원 허용 성과 내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애초 정부는 하버드나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처럼 선진국의 일류 의료기관을 영리병원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으나, 비영리로 운영되는 이들 일류 병원들의 유치에 실패했다. 대신 제주도에 영리병원 승인 신청을 한 싼얼병원은 신청 초기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여왔다.
싼얼병원 모회사인 천진하업그룹의 자이자화(翟家華) 회장이 지난해 7월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중국 정부에 구속된 데 이어, 최대 주주사인 시단무 싼얼 바이오 유한공사와 광성예 광업투자 유한공사도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다. 싼얼병원은 제주 사무소에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유령 회사'가 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달 28일 싼얼병원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모법인인 차이나스템셀(CSC)에 각종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사무실은 이미 비워진 뒤였다.
CSC는 505억 원을 투자해 2015년까지 제주 서귀포시에 성형 수술과 피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48병상 규모의 싼얼병원을 지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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