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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세월호 모른척' 언제까지?

靑 변화 없으면 추석 이후에도 파행 장기화 우려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나라경제와 국민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 모두 함께 소원을 빌어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8일, 박근혜 대통령)

"길거리에서 추석을 보낼 세월호 유족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세월호특별법은 유족들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세월호 이전과 다른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 출발입니다."(7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추석 연휴 중에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진통을 그대로 반영했다.

추석 연휴기간에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깜짝 방문' 할지도 모른다는 후문이 돌았던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외의 메시지는 일체 내지 않았다. 세월호특별법에 관한 원칙론을 견지해 온 문재인 의원의 메시지는 추석 이후 정국에 임하는 야당의 좌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입장도 달라질 여지가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3차례 회동을 거치며 새누리당이 "양보 불가" 방침을 더욱 확고하게 굳힌 데에는 청와대의 완강한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방침이다. 박영선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추석 당일인 8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유가족들과 국민대책위가 마련한 '국민 한가위 상, 세월호 가족과 함께 음식 나누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의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 그분들과 함께 하겠다"며 "대통령께서도 유가족들을 마음으로 가슴으로 끌어안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국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 여야 간은 물론이고 새누리당과 유가족들 사이의 협상 자체가 사실상 끊겨 추석 이후에도 교착 상황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국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정기국회의 법안 심의와 국정감사 등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민생법안과 세월호 특별법의 분리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민생의 제1과제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9일 "국민의 명령은 세월호 공방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하고, 법치주의 지키라는 세 가지"라며 "더 이상 세월호만으로 세월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세월호특별법의 제정 등 정국 현안에 대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추석 연휴 직후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정국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뾰족한 정국 돌파구는 모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의도된 세월호 무관심'과 야당을 향한 '민생 압박'이 당장의 여론전에서 성공한다 해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치권 전반의 무능과 이를 조장한 청와대 책임론을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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