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이 손잡고 세계 각국서 돈을 벌자"
올해 초 중국을 방문한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은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공산당 서기로부터 이런 문구가 새겨진 선물 상자를 받았다. 상자 안에는 샤오미폰 두 대가 놓여 있었다. 중국 당국이 중요한 손님에게 샤오미폰을 마련한 것은 샤오미가 베이징을 대표하는 샛별 기업이기도 하나 이 제품이 두 나라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 부품 가져와 中서 조립..비용 '뚝'
샤오미는 대만제 부품을 가져다 자국에서 조립해 스마트폰을 만든다. 대만의 기술력과 중국 생산력을 결합하는 것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대만 미디어텍과 TSMC 조합으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대만 AUO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현재 샤오미가 부품을 공급받는 대만 업체는 총 34개다.
특히 미디어텍은 TSMC 등과 제휴해 부품 가격을 대폭 낮췄기 때문에 미국 퀄컴 반도체보다 가격이 30~50% 저렴하다. 샤오미는 대만 업체로부터 들여온 부품을 중국에 있는 세계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업체인 폭스콘(대만 혼하이의 자회사)에서 조립한다. 이후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 쇼핑몰 '샤오미닷컴'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마케팅이나 판매점 유지에 들어가는 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애플의 디자인이나 삼성전자 사양 못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절반에 불과하다. 샤오미가 지난 3월 내놓은 레드미는 5.5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옥타코어 AP를 탑재했으나 가격은 799위안(14만원) 수준이다. 이 제품은 삼성 '갤럭시노트3'나 애플 '아이폰5S'와 비교해 품질이나 사양 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이완 파워, 게임의 법칙 흔들어
샤오미가 100달러대 저렴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차이완(중국+대만) 파워'가 크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쓸 만한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나 애플이 구축했던 고수익 스마트폰 산업의 '게임의 법칙'을 흔들고 있다.
비싼 생산원가에다 고액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고수익을 창출해 온 스마트폰 산업의 재편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샤오미는 단말기 제조에서부터 유통과 판매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략에 치중해온 삼성·애플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저가폰의 부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인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저가폰 보급으로 올해 스마트폰 평균 가격이 전년보다 14% 떨어진 259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저가폰이 급부상하면서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보다 1조원이나 못 미치기도 했다. 샤오미의 급부상으로 '텃밭'인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는 샤오미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다만 샤오미의 '돌풍'이 중국 울타리를 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샤오미가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 중국 시장을 벗어날 경우 글로벌 IT 기업들의 특허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정부에 밉보일까봐 중국 내에서는 샤오미폰에 대한 특허 공격을 하지 않고 있으나 샤오미가 해외로 뻗어나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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