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대치 정국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청와대 인근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추석 명절에도 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행사를 열기로 했다.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는 농성 14일째를 맞은 4일 오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추석 연휴에도 농성장을 지킬 수밖에 없지만,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혹시나 세월호 가족들에게까지 마음이 닿는다면, 광화문광장에서 함께 한가위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추석 연휴 기간인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민들과 함께하는 특별법 제정 촉구 퀴즈대회와 윷놀이, 촛불문화제 등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저녁 시간에는 가수 이은미(8일), 강산에(10일), 강허달림(6일), 메아리(9일) 등 음악인들의 무대와 연극인들의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추석 당일인 8일엔 안산합동분향소에서 희생 학생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상에 올리는 '가족합동기림상'을 차리고 헌화한다. 같은 날 오후 광화문광장에도 '국민 한가위상'을 마련해 시민들이 음식을 가져다 놓고 희생자들을 기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족들은 귀성이 시작되는 5일 서울역과 용산역, 안산시외버스터미널 등 전국 38개 도시 80여 곳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귀향 선전활동을 할 계획이다.
"4월16일엔 한 명도 구조 못하더니, 어제 국회가 국회의원 한 명 구조해"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응답 없는 청와대를 코 앞에 두고 대답을 기다린 시간이 벌써 2주"라며 "그 사이에 학교들이 개학을 해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청운동주민센터 앞을 지나간다.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서 울다가, 우리가 이렇게 특별법을 만들려는 이유가 저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를 향해 "진실과 안전을 뒤로 제쳐놓고 이뤄야 할 것이, 누구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는 '민생'이냐"며 "'가난해도 행복했는데 아이를 잃고 가난만 남았다'는 우리 가족들이, 남은 가난보다 진실과 안전을 위해 행진하는 이유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전날 국회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해 "4월16일에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데, 어제 여야가 비리 국회의원을 한 명 구조해냈다"며 "심지어 송 의원의 혐의는 안전과 관련된 철도 부품 비리인데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방탄'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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