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 5.24 대북 강경 제재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나오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최근 5.24 조치를 '철 지난 옷'에 빗댄 데 이어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은 4일 '대담한 대북 정책 전향'을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같은 날 인천 아시안게임 '남북 합동 응원단' 구성을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기반을 새로 구축하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뚜렷하게 진전된 것은 없다"며 "꽉 막힌 남북 관계 문제를 풀려면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5.24 조치는 의미있는 조치였고, 정부가 5.24 해제 조건으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전제하는 것도 맞다"며 "그런데 남북 이산가족이 아파하고 있고, 기업 손실도 엄청나며 무엇보다 통일이 멀어져 엄청난 비용이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큰 차원에서 남북 관계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남북관계를 "형제가 싸웠는데 형님은 동생 보고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전까지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고, 동생은 자존심이 강해 평화가 없는 집안"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5.24 조치는 시효가 지난 정책"이라며 "책의 한 페이지인 듯 넘기고 새 종이에 새 정치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관광객 살해란 도발을 응징하려는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 정책을 썼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통일을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겠다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대북 정책 전략"을 내세우는 만큼 5.24 해제가 수순이란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응원단 파견 무산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많은 엘리트 체육인들과 대규모 응원단이 와서 교류하면 긴장 완화의 좋은 기회인데도, 이를 못 살리는 정부가 무능하다"며 "원유철 의원 제안처럼 남북 합동 응원단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지난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북한 응원단 파견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남북공동응원단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었다.
앞서 친박계 중진 의원인 유기준 의원 또한 5.24 해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놓은 바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기도 한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5.24 조치를 해제해 남북간 긴장을 낮추고 교류를 증진시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북한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은 결국 5.24 조치 때문"이라며 "북한 민생 인프라 구축, 인도적 지원 등의 내용이 들어간 드레스덴 선언을 보면 사실상 5.24 조치는 반 이상 효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먼저'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북한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5.24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