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부족하다고 뭐를 더 달라는 말인가?' 어제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 의장이 저희들에게 한 얘기입니다. 진정 모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새누리당은 국민을 기만하고 왜곡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저희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님께 달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 행진을 했다. 전날 새누리당과의 3차 면담이 시작 30분 만에 결렬되자, 방향을 틀어 다시금 청와대로 향한 것.(☞ 관련기사 : "세월호 유가족-새누리 3차 회동 '결렬'")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삼보일배 행진 시작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차려진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유가족들은 "결국 청와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185만 명분의 서명지가 든 상자 60개를 나눠 들고 청와대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유가족 뒤로 국민대책회의,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3열로 대형을 맞춰 섰다. 이들은 걸음을 세 번 옮긴 뒤 '진상규명', '안전사회' 구호에 따라 엎드려 절을 올렸다.
청와대로 향하던 행진 대열은 그러나 50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멈춰서야 했다. 세종대왕 동상 양옆으로 늘어선 경찰벽에 막힌 것. 유가족들은 경찰벽을 코앞에 두고 제자리에 서서 삼보일배를 계속했다.
경찰의 구둣발 앞에서 흐느끼며 절하던 단원고등학교 고(故)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 씨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이 왜 이러고 있습니까. 청와대가 시켰습니까. 이런 거 하지 마시고 우리 아이나 구해주시지 그랬어요. 아이 없으세요? 결혼 아직 안 하셨죠? 조카는 있잖아요. 경찰이라고 자기 아이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경찰은 피도 눈물도 없나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얼마나 불렀겠느냐고요. '엄마, 살려줘. 아빠, 살려줘' 안 그랬겠느냐고요."
"아무 죄 없는 경찰 앞에서 우리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한 인간으로서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이렇게 피비린내 나게, 처절하게, 가슴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도 저 파란 지붕은 철옹성입니다.
백성들은 잘못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 준비가 더 이상 분노로 바뀌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진상규명해서, 나라를 정말로 아끼고 제대로 짊어지고 가실 요량이라면 양심선언을 하셔야 합니다."
일부 유가족들은 경찰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든 오라고 했는데 왜 막느냐, 당신들이 대통령보다 높은 거냐"라고 말하며, 경찰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했다.
삼보일배는 행진이 시작한 지 3시간여가 지난 오후 5시 30분 현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계속되고 있다.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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