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패배, 그리고 2014년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 선거 패배. 연이어 진보 정치세력은 왜 선거에서 참패했을까.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싸가지 없는 진보>(인물과사상사 펴냄)에서 패배 원인을 두고 ‘싸가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강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좋은 정책과 이념이라도 싸가지 없게 행한다면 유권자들을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꼽은 진보의 싸가지 문제란 ‘무례함,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이다.
예컨대,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 담론에만 집중한 나머지 예의를 벗어난 표현,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치려는 태도, 왜 진보를 좋아하지 않고 보수에 표를 찍느냐고 호통치는 듯한 자세,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동료에게도 상처를 주는 행위, 번드르르하게 말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는 태도 등이다.
진보세력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진보 기획 자체가 논리와 이성에서 출발했기에 진보파는 인간을 지나치게 이성적, 합리적 의사결정자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라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진보세력의 ‘이성 중독증’이 유권자의 거부감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네가 어떻게 날 안 좋아할 수 있어?’라고 진보는 호통을 치지만 그런 행동, 즉 자신이 옳다는 도덕적 우월감, 부지불식간에 잘난 척하는 태도는 이른바 부동층(중간파) 20%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싸움에서 “옳은 말씀이나 왠지 동의하기 싫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개인적 욕망을 논리·이성으로 옹호하기 어렵다는 걸 아는 보수는 대중에게 감정으로 접근해 싸가지 있게 굴려고 애를 쓰고 있고, 부동층의 지지로 이어진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는 상대편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제대로 읽는 눈이 트여 집권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집권 후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듯”
강 교수의 주장이 진보 진영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강 교수의 ‘진보 싸가지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진 교수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듯”이라며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에 대해 “민주화’는 87년 이후 어느 정도 실현되었기에 대중의 욕망을 사로잡지 못하고, ‘통일’은 북한의 변화가 없는 이상 개성공단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면서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진보의 의제를 모두 빼앗겼죠. 분배의 측면에선 복지와 경제민주화, 성장의 측면에선 창조경제… 좋은 의제들, 선거용 의제로 새누리당에 의해 소모되어 버렸죠. 그 사이에 새정연(민주당)에선 내놓은 슬로건은 없고…”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결론적으로 “쉽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싸가지가 있어도 그 좋은 싸가지로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 할 말만 있으면 싸가지는 문제가 안 된다”라며 “진보·개혁이 무슨 도덕재무장 운동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도덕재무장 운동은 나름 중요하죠. 야당 의원들 비리로 들어가면서 진보개혁의 비교우위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니”라면서 “아무튼 싸가지 소지의무를 강조하는 걸 보니 이 사회가 그 사이에 많이 보수화되긴 한 듯”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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