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입니다. 짧은 삶이지만 살면서 많은 연휴를 보냈고, 그 연휴들이 지날 때마다 한국 사회 이슈들이 묻히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관련해선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학 첫 주 수업을 반납하고 십만 명의 시민을 만나겠다는 각오로 여기 섰습니다."
대학 개강일인 1일, 30여 명의 대학생들이 개강 수업을 '땡땡이'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유가족이 40일 넘도록 곡기를 끊어도 세상은 꿈쩍하지 않는 시국에 가만히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며 수업을 반납하고 거리에 나온 것.
침묵 행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였던 용혜인 씨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은 이번 한 주 동안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5일간 서울 각지를 돌며 10만 명의 시민들을 만나 세월호 사건과 특별법, 그리고 유가족들의 싸움에 대해 알리려는 취지다. 이들은 수업 반납 대자보 붙이기, 대학가 및 번화가 캠페인, 지하철 캠페인, 촛불집회 참가, 농성장 지키기 등 활동을 하기로 했다. '수업 반납'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자보를 몸에 붙인 채 수업을 듣기로 했다.
용 씨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기자회견에서 "지난 6월 10일 청와대로 가기 위해 마지막 수업을 듣지 못했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8월 초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점거할 때 둘째날 비가 억수로 내려서 손발이 퉁퉁 불었습니다. 그때 유가족분들이 저희 쭈글쭈글해진 손발을 보고 자신들의 가족들이 생각난다며, 천막 좀 치게 해달라고 해서 마찰이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저희 대신 천막 좀 치게 해달라고 한 것처럼, 저희도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시민들을 만나겠습니다."
학생들은 개강 직후 이어지는 명절 연휴 동안 세월호 사건이 잊히지 않을지 걱정했다. 경희대학교에 다니는 김준호 씨는 "연휴가 길어 우리 사회가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라는 걸 잊어버리지 않을지 무섭다"며 "유가족과 함께 기소권,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알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공회대학교에 다니는 이장원 씨는 "방학 동안 유가족에 대한 보수 언론과 정치권의 치사한 공격이 심해진 것 같다. 인간성에 대한 모욕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면학 분위기를 해쳐 미안하지만 교수님, 학우들이 하루만이라도 몸에 플래카드를 달고 동조 단식을 했으면 한다"며 "유가족에게 이렇게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들은 지하철 등을 돌아다니며 선전전을 펼쳤다.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자보와 노란 종이배를 건네며,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이 "학생들이 공부나 하라"며 손가락질했지만, 학생들은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한 뒤 꿋꿋하게 특별법 홍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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