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의 지난 19일 재합의가 유가족들에 의해 거부된 이후, 여야는 이 문제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이 '재합의안 거부'라는 유가족 총회 결정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일부 유가족들과 접촉하자, 야당에서는 "유가족 갈라치기"라는 말이 나왔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오전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의 방패 뒤에 숨는다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불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하지 않고 유가족을 갈라치기한다거나, 혹시라도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면 정상적 국정운영을 바라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갈라치기'라는 말을 꺼낸 전날,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운데 수학여행 중이었던 단원고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 희생자의 유가족들로 구성된 단체 관계자들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들과 만난 이후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표단을 만났다"며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 희생자 유가족과는 조금 입장이 다른 게 많다"고 했었다.
김 수석부대표는 "오늘 (일반인유가족) 대표단의 주장은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여야 합의안 자체가 특별검사 선정 과정에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에 (19일자) 여야 협상안을 지지한다. 특별법을 8월 중에 반드시 처리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같은날 아침에는 평화방송(PBC) 라디오에 나와 "일부 유가족들이 저희들과 나누고 있는 여러 가지 면밀한 대화가 있다"면서 "저희들이 잘못 나서면 유가족들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잠자코 있을 따름이지, 저희들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고 있고 저희들 입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반인 유가족을 만나는 것도 해야 할 일이지만, 단원고 학생 부모들은 만나지 않고 일부 가족들을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고 분열시키는 것은 여당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부대표와 만난 일반인유족대책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정명교 일반인유가족대책위 대변인은 21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23일 회의의 결정 방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대변인은 '여야 재합의안에 대해 유가족 총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진행자의 말에 대해 "저희는 일단 어제(20일) 안산 단원고 측에다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며 "지금 여야가 낸 이 (합의안) 안에서, 특검 안에서 좋은 방향을 찾는 게 저희 유가족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새누리당에서 얘기한 그런 부분(현재 합의안이 최선이라는 취지)에 대해서는 일단 뭐 불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저희는 일단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저희는 좋다.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도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좋은 방향을 찾는 게 맞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단원고 2학년 고(故)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22일 아침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그 소식을 듣고 좀 당혹스러웠다"며 "그러나 확인을 해 보니, 일반인 대책위원회 위원장께서는 '김재원 수석과 만난다는 사실을 나도 몰랐다. 누가 가서 만났는지도 좀 확인을 해 봐야 되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그 안에서 좀 개별적으로 행동을 하신 몇몇 분들이 계시지 않은가 한다"고 했다.
유 대변인은 "특별법과 관련해서 저희가 한 달 넘게 국회에서 (일반인 유가족과) 같이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일반인 대책위원회하고도 항상 같이 해왔다"며 "뜻도 같았고 항상 같이 주장을 해 왔는데 어제 갑자기 그런 소식이 들려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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