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하루하루입니다.
20일 오후,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광화문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만나기 위해 나섰습니다. 김영오 씨는 그런 야당의원들 보기 싫다는 듯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가누지 못하는 몸을 대한민국 경찰들은 막아섰습니다.
사죄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안산으로 향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다시 협상하라. 이것이 마지막 기다림이다.” 어두워진 안산의 하늘을 올려보니 곧 빗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분향소에 들렀습니다. 유민이 얼굴을 보고, 우리 아이들의 얼굴도 보았습니다. 새삼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냈다니…. 추모 글들을 보며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흐느껴 울었습니다.
사회생활 20여년 하면서 나름 산전, 수전, 공중전 겪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지 2년여. 이제 조금 정치를 알 것 같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이 곳 여의도는 제게 참담함만을 안겼습니다.
정치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의회주의, 국민의 대표, 소통…. 온갖 그럴 듯한 말들은 난무하지만 정작 정치가 없고, 정치인이 없습니다.
제 탓부터 하겠습니다. 제가 지도부가 아니라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잘못은 제 잘못입니다. 더 잘 하지 못해,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20일 오전에는 제가 활동하는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가감 없는 비판들이 쏟아졌습니다.
“초선은 재선만 생각하고, 재선은 삼선만 생각한다.”
“선거 패배 상습범 같다.”
“잠시 반성하다 근거 없이 낙관하다가 또 절망한다.
무엇보다 아팠던 비판은 “공감하지 못하는 야당”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국민들은 피 흘리며 죽어 가는데 그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같이 하는, 행동도 같이 해 줄 분들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당장, 허울뿐인 ‘제1 야당’부터 변해야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과 요구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당, 그런 제1 야당은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국민이고 유가족의 아픔이 국민의 아픔입니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바로 국민의 요구입니다. 유민 아빠, 세월호 유가족들, 그들이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뿌리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여당과 야당뿐 아니라 유가족들이 특별법 논의의 테이블에 함께 해야 합니다. 유민 아빠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부터 모든 걸 내려놓을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정치를 죽이고, 정치인을 실종시킨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있습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한 투쟁은 이제 비타협적이어야 합니다. 정치를 살리기 위해 정치를 멈춰야 합니다. 국회의 전원을 끄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리셋운동’이 필요합니다. 국정감사와 허울뿐인 민생법안 처리가 어찌 세월호 특별법 제정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까.
정치를 시작하며 “공감, 실천, 열정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약속은 약속입니다. ‘진짜 정치’를 해보고자 <프레시안>을 빌어 감히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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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정치의 '속살'을 더 노골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의원들이 직접 자신들의 의정 활동 뒷이야기에 대해 쓰는 <의정일기> 연재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필자로 참여합니다. 두 의원은 <프레시안> 조합원이기도 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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