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민생·개혁 법안'의 6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촉구하며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초 국회에 출석해 연설할 계획을 세웠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노 대통령은 27일 오전 "저는 오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하고도 시급한 입법에 대해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TV 카메라 앞에 섰다.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우려"
노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국회의 허가사항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국회가 헌법을 존중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가로막는 현실을 접하면서 저는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무시되는 이 상황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현행 헌법 81조는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회법은 '의사일정은 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한나라당을 비롯한 6개정당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 유보를 요청하면서, 4월 25일까지 국민연금법, 로스쿨법 등이 상임위에서 타결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리고 저는 개헌 발의를 유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23일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국무총리가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연금법 처리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약속도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나라당이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많이 밀려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이 사학법의 볼모로 잡혀있다는 점"이라면서 "내용에 있어서 큰 이견이 없는데도, 아무 관련이 없는 사학법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발목을 잡더라도 당의 노선이 달라서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을 가지고 해야지, 반대도 없는 민생개혁법안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의 이익보다 정략을 앞세우는 당리당략의 정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7월에도 임시국회 소집해 달라"
노 대통령은 "각 당이 당내경선과 통합 논의로 바쁘겠지만,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급한 법안은 처리할 있을 것"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법안을 열거했다.
노 대통령은 △ 국민연금법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 △임대주택법 △정부조직법 △로스쿨법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관한 법 △정치자금법 개정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 △자치경찰법 △고등교육 평가법 등의 처리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선 열심히 하더라도 산적한 법안을 처리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 같다"며 "2개월에 한 번 씩 국회를 여는 관례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밀린 법안은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서 "얼마 있지 않으면 국회가 대통령 선거에 몰입하게 되고, 이어서 총선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처리되지 못하면 현재 계류 중인 법안 모두가 폐기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 달 3일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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