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불법 파견 여부를 가를 재판의 선고가 또다시 미뤄졌다. 지난 18일 현대차 사측과 비정규직노조 아산·전주지회가 특별채용 교섭에 합의하면서 원고 중 일부가 소송을 취하했기 때문인데, 이로써 1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4년 가까이 기다려온 판결이 또 미뤄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1일과 22일로 예정돼 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선고를 4주 연기해 각각 내달 18일과 19일에 재판을 열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569명은 현대차의 불법 파견 여부를 가려달라며 지난 2010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 2월에도 선고일 하루 전 재판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재판부의 선고 연기 사유는 현대차와 아산·전주지회의 특별교섭 후 지난 18~19일 양일간 원고 75명이 소 취하서를 제출했고, 제출된 소 취하서에 피고인 현대차의 동의서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상 소 취하서 송달 후 2주 동안 사측의 동의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고 선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 사측과 두 지회는 지난 18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40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고,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관련 기사 : 현대차 사내하청 4000명, 정규직 특채)
원고 중 일부가 이번 소송을 취하한 것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선데, 원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울산지회는 "법원 판결을 앞두고 현대차의 불법 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울산지회는 현대자동차 사측이 선고를 미루기 위해 일부러 피고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와 울산지회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에서 기존의 신규 채용자들을 강요 내지 종용해 소 취하서를 제출하게 했고, 선고를 연기하기 위해 그 취하서에 일부러 동의서를 미첨부한 것이 명백한데도 재판부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누가 봐도 현대차가 소 취하에 동의할 것이 명백한데, 굳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라고 비판했다.
현대차 사측은 전날 선고기일 연기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울산지회 조합원들은 "비정규직법이 통과된 뒤 10년을 넘게 투쟁해왔고, 그 결과물로 오늘 선고가 예정돼 있었다"면서 "40개월 만에 선고하는 것도 이미 늦었는데, 불과 몇 시간 전 선고 연기 통보를 받고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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