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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심 판결 앞둔 황상기 씨 "아빠가 끝까지 싸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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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심 판결 앞둔 황상기 씨 "아빠가 끝까지 싸울게"

[인터뷰] "삼성이 피해자 가족 이간질 시킨다"

"이제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또는 암 환자가 그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유미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서 법적인 보호를 받고, 삼성반도체 공장은 법적인 지적을 받아야 재발 방지 노력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다가 숨을 거둔 고(故) 황유미(사망 당시 23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지난 6월 26일 열린 ‘삼성전자 직업병 항소심’에서 이와 같은 최후 진술을 했다.

2007년 3월 6일 딸을 먼저 떠나보낸 황 씨는 2011년 6월 23일 1심에서 승소까지 4년이 걸렸다. 그리고 오는 21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딸을 먼저 떠나보낸 지 7년, 1심 판결이 나온 지 3년 만이다.

2심 판결을 하루 앞둔 20일, 강원도 속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황 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속초에서 차를 세워놓고 전화를 받은 황 씨는 심경을 묻자 "그냥 덤덤하다"고 말했다. 그는 "1심에서도 이겼지만, 2심에서도 반드시 승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답보 상태에 놓인 삼성전자와의 교섭에 대해서 황 씨는 "처음에는 교섭에 무게를 두고 교섭이 잘 될 거라고 판단했는데, 지금 보니 교섭이 피해자 가족에게 독이 되고 있다"면서 "삼성이 생활고에 지친 피해자 가족의 진을 빼서 지쳐 나가게 하고 가족들을 이간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씨는 교섭 상태나 판결 결과와는 상관없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면서 "유미가 지금은 지구상에는 없지만, 먼 나라에서 아빠가 끝까지 싸워서 산재 인정받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2008년 고(故) 황유미 씨 추모제에서 발언하는 아버지 황상기 씨. ⓒ반올림

"산재가 아니려면 삼성이 화학약품 공개하고 증명해야"

프레시안 : 21일 2심 판결을 하루 앞두고 있는데 심경이 어떤가?

황상기 : 그냥 덤덤할 뿐이다. 1심에서도 이겼지만, 2심에서도 반드시 승소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1심 판결 때보다 지금까지 암에 걸렸다는 사람 숫자가 엄청나게 더 들어왔다. 또, 1심 판결 이후에 노동부가 "반도체 공장에서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발암물질이 공기 중에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유미가 백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유미의 죽음이) 산업재해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 만약에 이것이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얘기하면, 삼성이 자신들이 쓰는 화학약품과 전리방사선을 공개하고 이것들이 백혈병과 연관 없다고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화학물질을 감춰놓고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는 건 논리에 안 맞는다. 정황상으로 봐도 그렇고, 여태까지 밝혀진 자료만 봐도 산재가 100% 맞다.

프레시안 : 왜 이 소송에서 왜 이겨야 하나? 승소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나?

황상기 : 2심에서 이긴다면 정부도 산재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고쳐야 한다. 노동자가 화학약품에 노출돼 병에 걸린 사례가 우리나라 전 사업장에서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자기가 병에 걸린 이유도 모르고, 어떤 화학약품에 노출됐는지도 모르고 치료받다 고생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환자가 많이 나올 텐데, 이들을 치료하고 보상하는 법·제도가 나와야 한다.

"교섭 기대했지만, 피해자 가족 이간질만 당해"

프레시안 : 재판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와 교섭이 진행 중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나?

ⓒ프레시안(최형락)
황상기 :
일하면서 (속초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한다. 삼성하고 작년부터 1년 6개월째 교섭 중이다. 그런데 삼성은 1년 6개월째 증거도 한 개도 안 내놓고, 자기네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교섭에 참가한 피해자 가족) 8명에게만 보상할지 말지 논의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교섭에 무게를 두고, 교섭이 잘 될 거라고 판단했는데, 지금 보니 교섭이 피해자 가족에게 독이 됐다. 피해자 가족의 진을 빼서 지쳐 나가게 하고, 피해자 가족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이를테면) 교섭장에서도 이 사람(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어떤 안을 던지고) (피해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물어본다. "동의하느냐, 안 하느냐?" 이간질한다. 여태까지 수년간 기다리고, 협상도 1년 반이나 길게 이어지는데 생활고로 지친 가족에게 그렇게 물어본다.

우리는 산재를 신청한 사람 전원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하자고 했는데, 저 사람들은 8명만 가지고 얘기한다. 산재 신청자 40명 중에서도 삼성에서 회유하고 협박해서 보상한 사람이 몇 명이 있고, 나머지 30몇 명이 있는데,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자르고 해서 소수의 몇 사람만 보상하려고 별짓을 다 한다. 그래서 교섭에는 기대를 안 한다. (교섭 결과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환자를 찾고, 화학약품을 공개하라고 행동하고, 직업병 인과관계를 규명하러 나설 것이다.
프레시안 : 판결 앞두고 황유미 씨 생각도 나겠다.

황상기 : 유미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 걸린 게 확실한데, 유미가 살아있을 적에 제가 딸한테 약속한 게 있다. (왜 병에 걸렸는지 끝까지 밝히겠다고.) 유미가 지구상에는 없지만, 먼 나라에서 내일 판결을 지켜볼 거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끝까지 싸워서 산재를 인정받는 것을 유미가 지켜볼 거라고 생각한다. (☞ 관련 기사 : "죽어가는 딸에게 삼성은 백지 사표를 요구했다", "어떻게 삼성을 건드려…개봉 자체가 기적")

▲ 딸의 영정에 헌화하는 황상기 씨. ⓒ프레시안(최형락)
* 다음은 지난 6월 26일 항소심 결심 당시 원고 황상기 씨의 최후 진술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재판장님. 저는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입니다.
우리 유미는 삼성반도체 공장 3라인 3베이에서 일을 하다가 이숙영 씨와 함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걸려 죽었습니다.

그때 당시 제가 삼성 관계자에게 물으니까 백혈병 환자는 다섯 명밖에 없으며 산업재해도 아니고 유해화학물질도 안 쓰며 전리방사선도 안 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암 환자는 반올림에 200여 명이 넘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산재보험은 사회 보장성 보험으로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거나 또는 사망하면 노동자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사회 보장성 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유미가 죽는 바람에 유미 할머니는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제가 집을 지으려고 모아놓았던 1억 몇천만 원도 치료비와 경비로 다 날아가고 유미엄마도 지금까지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고, 저도 유미가 백혈병에 걸린 원인을 찾고자 계속해서 다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또는 암 환자가 그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유미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서 법적인 보호를 받고, 삼성반도체 공장은 법적인 지적을 받아야 재발 방지 노력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6월 23일 행정소송 1심에서 유미와 이숙영 씨가 승소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암환자, 백혈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암환자 또는 희귀병 환자가 안 나오거나 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 우리 유미를 포함해서 병이 들었거나 죽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십시오. 현명한 재판장님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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