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참사 125일 만에 처음 직접 만났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국 경색이 양측 면담으로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모였으나, '의견 청취'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화를 나눴다고 양측은 밝혔다.
김 대표는 18일 오후 4시 15분께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대표단을 만나 1시간 2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을동 세월호 피해자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등도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유가족들은 국회 본청 앞 농성을 하게 된 경위와 과정 등을 설명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가능케 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사법 체계를 흔든다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진상규명할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달란 이야기를 듣고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주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미진할 경우 도입하게 될) 특별검사 추천권에 대해서 얘기했고 특례(단원고 3학년 학생에 대한 대학입학 지원 특례법)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없었다"며 "새누리당을 공식적으로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해서 앞으로 '자주 보자,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간 유가족들과 자주 접촉하지 못한 건 우리 잘못이고, 오늘을 계기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라면서도 "협상 권한은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병권 위원장 또한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면담 내용을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저희가 몇 가지 부탁을 했고 호소하기도 했다"며 "오늘 오전 김 전 대통령 5주기 추모식에서 본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이 마음에 와닿아 김 대표께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병권 위원장이 김무성 대표에게 전한 글귀는 '국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다'이다. 김 위원장은 "이 말과 함께 400만 명으로부터 세월호특별법 서명을 받았단 점도 상기해 드렸다"며 "면담을 하며 김(무성) 대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애초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한 만큼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란 입장이었다. 그러다 이날 오전 김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김병권 위원장 유가족들이 면담을 요구하자 '피할 이유가 없다'며 수락 후 면담이 성사됐다.
새누리당 대표 면담은 성사됐지만…"19일마저 넘기면 파국"
그러나 여야는 이날도 세월호특별법 입법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유족들을 만나는 동안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15일 이후 지금까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접촉은 했다"면서도 "어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내일 일단 다시 만나서 더 논의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도 유기홍 수석대변인을 통해 "그동안 여러 차례 원내대표 간 접촉이 있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을 포함한 협상이 있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확인하며 "19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날 중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는 그간 세월호특별법 입법과 관련, 특검 추천권 문제로 의견 대립을 빚어 왔다. 새정치연합은 추천권을 야당에 주는 대신 여당이 반대하는 인사는 추천하지 않기로 하자는 타협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정법을 변형시키면서까지는 할 수 없다"고 특검 추천권 문제에 대한 타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몫 특검추천위원 4명을 여당 2명, 야당 2명으로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내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파국이고 정치권 정체가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상황의 엄중함을 언급, 막판까지 타결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외에 단원고 학생의 대학 특례입학을 허용할 수 있게 하는 입법안 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특별법에 대한 합의만 이뤄진다면 19일 중에라도 통과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 사안과 관련해 "물리적으로 볼 때 조금 어렵긴 하지만 내일 합의만 될 수 있다면 정부에 강력하게 임시 국무회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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