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치료소에서 환자 17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향후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라이베리아 전역이 에볼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에이에프피> 등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각) 곤봉 등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외곽의 최대 빈민가인 웨스트포인트에 위차한 에볼라 치료소를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치료소의 문을 부수고 "에볼라는 없다"고 외치며 치료소 내의 집기와 환자들이 쓰던 담요 등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혼란을 틈타 치료소에 격리돼있던 환자 17명이 탈출했으며 의료진 역시 습격을 피해 달아났다. 라이베리아 당국은 이 치료소에 환자 29명이 수용돼 있었지만, 9명은 이미 숨졌고 3명은 가족의 뜻에 따라 퇴원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무장괴한들이 치료소 내의 물건을 가져가면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는 전염되지 않지만, 체액이나 혈흔 등으로는 전염이 가능하다. 치료소에 있던 물품 대부분에 환자들의 체액이 묻어있어 괴한들이 이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하든 바이러스가 유포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웨스트포인트가 6만~10만 명 정도의 빈곤층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서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다른 곳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방에서 지원을 온 의료진이 현장을 속속 떠나고 있다는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의사들이 부족해진 데다가 마땅한 치료 의약품도 없어 사태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라이베리아 정부가 일부 지역을 통째로 격리시킬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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