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이를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위라고 비판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되는 등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제이 닉슨 미주리주지사(민주당)는 1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퍼거슨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위 중심지인 세인트루이스 교외 지역에 대해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닉슨 주지사는 이 같은 조처에 대해 "퍼거슨 시민들을 침묵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를 (폭력적) 행위로 묻히게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대처"라며 "한 줌의 도둑들이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는 시위가 격화되는 와중에 일부 청년들이 사태의 근원이 된 상점을 약탈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을 들어 비상사태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통행금지령은 이날 밤부터 적용되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로널드 존슨 미주리주 고속도로 순찰대 지구대장이 전했다. 순찰대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난 14일부터 시 경찰 대신 퍼거슨시의 치안을 맡고 있다.
그러나 야간 통행금지령 등의 조치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즉각 거세게 항의했으며, 닉슨 주지사의 기자회견장에서도 항의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앞서 퍼거슨시 경찰은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사용했다며 최루탄·연막탄·섬광수류탄 등의 시위 진압 장비를 무차별하게 사용하고 시위대를 향해 고무총알을 발사하는가 하면,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이던 <워싱턴포스트>와 <허핑턴포스트> 기자를 별다른 이유 없이 연행했다 풀어주는 등의 과잉 대응으로 논란을 빚었다.
18세 청년 마이클 브라운 사망, 왜?
사태의 발단은 지난 9일 마이클 브라운(18)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은 브라운과 그의 친구 도리안 존슨을 인근 상점에서 일어난 2인조 시가(여송연 담배)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보고 있으며, 존슨은 변호사를 통해 강도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총격과 그로 인한 사망은 강도 사건과는 완전히 별개이며,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관 대런 윌슨은 브라운과 존슨이 강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상태였다. 윌슨 경관이 이 두 명을 불러 세운 이유는 이들이 도로 한가운데로 걷는 등 교통 방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경찰 스스로 인정했다.
경찰은 발포 경위에 대해 브라운과 윌슨 경관 사이에 총을 놓고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등 발포가 정당했다는 인상을 주는 브리핑을 했으나, 브라운의 동행자였던 존슨은 경찰이 도망치는 브라운에게 수차례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다른 목격 증언에 따르면, 브라운은 양손의 손바닥을 펴서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쏘지 말라'는 자세를 취했으나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총을 쏜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에 따라 트위터 등 SNS에서는 사용자들이 양손을 들어올린 자세의 사진을 올리며 경찰에 항의하는 등의 움직임도 일어났다.
브라운 사망 사건과 경찰의 발표에 대해 유족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의 항의와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에 대해 진정을 당부하는 한편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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