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핵심 전범 2명, 종신형 선고

크메르루즈 붕괴 35년만에 이뤄져 '만시지탄'

강제노역과 학살로 약 200만 명이 희생돼 '20세기 최악의 민간인 학살사건'로 불리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핵심 전범 2명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선고됐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설립한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7일 반인륜 범죄로 기소된 누온 체아(88) 당시 공산당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3) 전 국가주석에 대해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전범에 대한 단죄는 만시지탄의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급진 공산주의를 표방한 크메르루주는 집권기인 지난 1975~1979년 사이에 수많은 지식인과 반대파를 숙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체 국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약 200만 명이 처형되거나 굶어 죽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베트남 군의 공세로 붕괴된 지 35년 만에 종신형 선고가 이뤄졌지만, 이들은 이미 90대의 나이를 향하고 있는 노인들이다.

지난 2011년 11월 재판을 시작한 크메르루주 지도부 4명 가운데 이엥 사리 전 외교장관은 지난해 초 지병으로 사망했다. 치매를 앓는 렝 티리트 당시 사회부 장관도 재판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배제됐다.

▲ '킬링필드' 핵심전범 키우 삼판(왼쪽)와 누온 체아(오른쪽).ⓒAP=연합뉴스

크메르루즈 간부 출신 현역 총리 책임론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2006년 출범 이래 캄보디아 고위 관리들의 개입과 재판관들의 잇단 사퇴, 재정난,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여러 차례 심리를 중단해 재판이 지연됐다. 크메르루주 간부 출신인 훈센 총리는 전범 재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된 바 있다. 그동안 전범재판소는 크메르루주 체제하에서 1만7000여명의 학살과 고문을 자행한 수용소 S-21 책임자 카잉 구엑 에아브 소장에 대해 지난 2010년 35년형을 선고한 것이 고작이었다.

전범재판소는 이날 오전 TV 생중계가 이뤄지는 가운데 열린 공판에서 누온 체아 등의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집권기인 지난 1975∼1979년 사이에 강제 이주와 숙청, 학살 등을 자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2년여의 심리 끝에 이날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해 판결했으며 집단 학살 혐의에 대한 2차 재판은 올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