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생존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29일 이틀째 법정 증언에 나서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학생들은 해경이 사실상 구조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4층 B28 선실에서 머물던 A 학생은 "선실에서 갑판까지 오르막인데 옆방에 있던 아저씨가 커튼을 뜯어 만든 로프를 내려줘서 잡고 올라왔다"며 "갑판에 도착해보니 해경이 계단 옆 외벽에 서 있었다"고 증언했다.
A 학생은 '해경에게 배 안에 사람이 많다고 말해줬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해경이 위에서 다 볼 수 있는 상황이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친구로부터 해경이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올라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역시 일반인 승객의 도움을 받아 B23 선실에서 나온 B 학생도 갑판에 나와 헬기를 탈 때만 해경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C 학생은 "(선실에서 탈출해 올라왔는데) 갑판에 있던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말도 없이"라고 증언했고, D 학생 역시 "해경이 갑판 외벽에서 서서 헬기로 올려주기만 했고, 생존자들이 빠져나오던 출입구 쪽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증언에 나선 학생들은 세월호 승무원과 해경의 미흡한 사고 대처로 인명 피해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은 "우리는 단순히 수학여행 길에서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 후 잘못된 대처로 이렇게 많은 목숨을 잃었는데, 네티즌들이 욕을 해 속상하다"면서 "탈출 당시 건너편 친구랑 눈이 마주쳤는데 결국 배에서 나오지 못한 그 친구가 바닷물에 잠긴 모습이 떠올라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학생 역시 "대기하다가 탈출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으니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배 앞에 구명보트라도 있었다면 뛰어내렸을텐데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승무원과 해경은 사실상 구조에 손을 놨지만,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승객들의 필사적인 구조 활동도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날 출석한 학생들은 대부분 일반인 승객이 커튼 등으로 만든 로프를 내려줘 탈출했다고 전했다. 특히 단원고 한 남학생이 선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친구들에게 구명 조끼를 던져주고, 헬기 탑승을 돕는 등 많은 목숨을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날 증언대에 선 6명의 학생들도 1반 반장인 유모 학생이 친구들에게 구명 조끼를 입히는 등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학생은 친구들을 도운 뒤 자신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이날 생존 학생들은 전날에 이어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호소하며 증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공판엔 단원고 생존학생 총 17명이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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