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은 지난달 27일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시민 안전'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철도, 지하철, 가스, 병원, 버스, 공항, 항공, 보육 및 요양시설, 건설, 화물, 화학섬유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각 사업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안전 문제를 제 목소리로 전달하려는 취지입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세계 서비스 평가 9년 연속 1위, 2013년 이용객 4148만여 명이며 매년 신기록 갱신 중, 10년 연속 흑자 행진, 2013년 4500억 원 당기 순이익. 잘나가는 인천공항 이야기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이 공항은 위험한 곳이다. 매일 지키고, 닦고, 고치는 현장으로서도 그렇고,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직장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말은 매년 수천만 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이 국민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항공기 사고가 나면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항공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인적요인으로 '조직'을 포함하고 있다.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항공기 안전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인천공항공사에선 2013년 기준 정규직 노동자 937명이 일하고 있고 5590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43개 용역업체에 속해 일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없어서는 안 될 업무를 진행하는 노동자들의 약 87%가 3년마다 업체가 변경되는 용역업체 소속이다.
그렇다고 업체가 바뀔 때마다 노동자들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 6000명가량의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2011년 현재 7.4년이다. 인천공항 운영을 책임지는 인천공항공사도 자랑스럽게 말한다. '업체는 바뀔지언정 노동자들은 98% 재고용 된다'고….
이 말은 인천공항공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노동자들의 경험, 노하우는 사용하되 그에 따르는 보상 즉, 경력이나 호봉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98% 재고용률에도 함정은 있다. 수치상 대부분이 고용만은 승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2%다. 새로 들어온 하청업체들은 자신들에게 보장되는 이윤과 관리비 외에 임금도 손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면서 이렇게 협박한다. '깎인 월급과 노동강도 강화를 받아들이고 일 할 텐가, 아니면 2%처럼 쫓겨날 텐가.' 결국 2%에 들지 않기 위해서 악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천공항의 간접고용과 이로 인한 고용불안, 임금 중간착취는 그저 노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인천공항의 안전과 각종 사고를 대비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인천공항 소방대도 하청업체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다. 인천공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지만 이들에게 현장 지휘권은 없다. 인천공항 소방대 운영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와 소방대 노동자 간 단체협약에 따르면 화재 진압 도중 숨질 경우 하청업체가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보상비는 고작 100만 원이다.
이뿐이 아니다. 특수경비, 보안검색, 폭발물 처리 업무까지 전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인천공항의 특성상 모든 분야가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6000명 노동자들이 인천공항공사의 처우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018년 완공되는 제2 여객터미널 운영 전까지 현재의 인력구조를 바꿔보겠다'며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연구용역의 의도가 그렇게 선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6000명이 노조로 뭉치기보다는 소수의 직고용 대상과 나머지로 분열하도록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이 너무 많고 몇 가지 흠결이 있지만 그래도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 공항이고 서비스 평가 9년 연속 1위라는 점을 자랑스러워 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세월호 참사 앞에서 이제 좀 솔직해져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물론 온 나라가 자랑하는 9년 연속 1위 서비스 평가다. 이 서비스 평가 문항은 대략 승객의 출입국 절차, 수하물의 이동과 도착의 편의와 신속, 정확성, 승객을 대하는 보안 노동자들의 친절, 정확성, 느낌이 해당한다. 또 화장실 청결 상태도 주된 평가 대상이다. 심지어 서비스 평가 기간에 평가가 진행되는 항공편 승객에게 '더 신속하고 느슨한 검색' 이뤄진 점이 기사화돼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신속, 정확, 친절, 청결이라는 평가 항목에서 9년 연속 1등을 받는 것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매일 수만 명의 승객이 모이는 인천공항 안전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없는 걸까?
하청업체 소속으로 책임도 권한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3년마다 가족 전체가 생계 불안을 느끼게 하는 인천공항에서 안전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얼마 전 노조가 있는 경비 보안 용역업체가 새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공공운수노조 산하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지부장이 표적 해고됐다. 또 2개의 용역업체가 맡고 있던 용역을 3개로 나누기도 했다.
우리는 유독 노조가 있는 경우에만 용역 업무를 쪼개고 있는 인천공항공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력관리의 효율성과 경비업무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 용역을 쪼갰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기존 여객터미널 전체를 담당하던 경비보안 용역 업무가 두 개로 나뉘면서 지하1층, 지상1층을 하나의 업체가 담당하고 나머지 지상 2,3,4층을 다른 용역 업체가 담당하게 됐다. 같은 터미널에 층마다 용역업체가 다르다. 두 업체는 서로 무선 채널도 다르다. 경비업무 품질이 향상된다고? 범죄 용의자가 다른 층으로 도주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공공 안전은 정책 문제이고 의지 문제다. 평상시에도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실제 움직이는 6000명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장에서 인천공항은 자긍심,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터가 아니다.
이미 우리 노조가 2012년에 '인천공항 6000명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는 것이 하청업체에 지출되는 이윤, 관리비를 고려했을 때 더 비용절감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와 정부는 인천공항을 여전히 공기업 중 최대 비율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사업장으로 유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공항 항만 분야의 노동자들이 평상시 어떤 책임감으로 임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배려받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야 승객이나 국민들에 대한 배려, 희생도 가능하지 않을까?
배려받지 못하고 혹사당하고 평상시 불안해하는 노동자들이 만일의 사태가 터졌을 때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것은 기적을 바라는 일이다. 지금 인천공항은 어쩌면 기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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