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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세월호특별법 괴문서' 뭐길래…

여야 합의 반영 안 된 원안 검토자료…'진상규명→배상'으로 초점 물타기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공작 정치'를 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SNS 등에서 떠도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왜곡된 소문의 배후에 새누리당이 있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참사의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법을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가로막고 있다"며 "도대체 참사의 진실을 왜 이토록 두려워하는가"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법이 마치 피해자 유가족들을 위한 보상·배상이 중심인 것처럼 왜곡해서 유포했다.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배상, 지원 등이 과도하다고 국민께 거짓 정보를 적극적으로 흘렸다"고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진실을 호도하는 새누리당, 대단히 문제다"라며 "공작정치의 달콤함에 빠져 집권 여당으로서의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가세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SNS,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논란 일으킨 '시인 김지하의 특별법 비판'은 시인 이름을 도용한 가짜라고 보도되고 있다"며 "'대외비'라는 말로 유포를 독려하고, 배·보상이 지나치다는 괴문건 역시 진실을 왜곡한 것이다. 제안하고 (협상 과정에서) 삭제된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왜곡해서 새누리당이 유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이는 범죄행위에 가까운 조작·공작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박범계 원내대변인을 통해 SNS나 모바일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유언비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경찰 수사의뢰 방침을 밝힌 바 있고(☞관련기사 보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명의로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관련기사)

새정치연합이 나날이 대응 강도를 올린 끝에, 이날 박 원내대표가 '괴문서'라고까지 지칭한 문서의 내용은 지난 4일 전해철 의원이 대표발의해 제출한 새정치연합의 세월호특별법 원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자체 검토한 의견을 기록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장우 원내대변인을 통해 "소속 국회의원의 (새월호특별법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국민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와 동의를 구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의 책임한계, 피해자 지원, 세제·생활·교육지원 등을 마련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당시 김 수석부대표와 이 원내대변인이 자당 의원들에게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한 자료가 여야 간의 협상 결과 도출된 가(假)합의안이 아니라 야당의 원안인 것은 처음부터 이같은 '검토' 작업의 의도를 의심케 한 면이 있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여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미 폐기된 안에 대해 왜 뒤늦게 의견수렴을 하냐는 것이다.

현재 카카오톡 등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괴문서'로 지칭한 것은 바로 이 자료다. 이는 이장우 원내대변인이 25일 브리핑 당시 기자들 앞에서 들어보였던 것과 동일한 것이다.

이 자료는 세월호특별법 중 진상규명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입장에서 검토한 의견을 담고 있다. 야당 안에서 위원회 구성을 '피해자 단체 3명, 여당 6명, 야당 6명 추천'으로 한 데 대해 "이 경우 필연적으로 6:9의 인원 구성이 될 것이고, 야당이 주도하는 위원회로 될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유족을 '야당 측'으로 본 것. 더구나 이는 이미 여야 합의 과정에서 여야와 유족, 변협, 대법원 등의 추천을 받기로 가합의된 부분이다.

수사권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소극적이다. 이 자료에서 새누리당은 "위원회는 본질적으로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으로서 위원회가 수사권을 가지게 될 경우 논리적으로 피해자가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되어 자력구제 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유족을 위해' 해야 하는 작업으로 봤을 뿐 아니라, 유족 추천 진상조사위원을 유족과 동일시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자료조사 및 현장조사 권한을 부여하자는 부분에 대해서도 "위원회에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사실상 허용하는 규정으로서 극히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배상, 보상, 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여야 간 합의로 폐기하기로 한 내용이 버젓이 검토 대상으로 올라가 있다. 예를 들어 야당 원안의 '의사상자 지정'은 애초에 유족들의 요구도 아니었거니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야당 스스로도 삭제하기로 했다고 전해철 의원이 지난 25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희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하고 배우자·형제 자매 등을 의상자로 지정하여 예우"하겠다는 내용을 검토 대상으로 올린 뒤, 검토의견으로 "희생자 및 피해자 전부를 의사상자로 인정하는 것은 의사상자 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그동안 지정되지 아니한 많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짐짓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유휴직'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는 사업주에게 단지 세월호 피해자가 고용되어 있다는 이유로 유급으로 장기간 휴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기업주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검토한 의견을 담고 있으나, 이 역시 굳이 검토할 필요조차 없었다. 야당이 25일 '치유휴직 부분도 삭제하기로 했다'고 했기 때문.

자료에는 또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건강·복지·돌봄·고용 지원'이라는 야당 입법안 원안이 지원 기간 등을 특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평생 지원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진 후에도 생활비 등을 평생 부담하게 하려는 것으로 과도한 지원"이라고 비약하고 있다. 지원 기간이 특정돼 있지 않다고 곧 '평생' 지원이라고 해석한 것. 게다가 이같은 지원은 애당초 유족의 요구 사항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SNS 등에서는 이같은 자료를 근거로 세월호 유족에 대해 갖가지 악의적인 비방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시인 김지하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비판' 게시물을 보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도대체 이들이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희생됐는가?"라며 "국민이 어렵게 낸 세금을 이런 데 지출해서는 안 된다. 그 돈으로 탱크, 비행기로 몇 대 더 사와야 한다"고 하고 있다. 유가족을 겨냥해 "거지 근성", 야당을 겨냥해서는 "빨갱이들은 원래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주장을 하다가 폭동을 일으킨다"고 하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조차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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