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8월 4일부터 열릴 세월호 청문회의 증인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이 '유병언 전 회장이 세모그룹 경영권을 회복한 것이 참여정부 때'라고 주장하며 당시(2005년)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의원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한데 대한 '맞불' 성격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새누리당이) '창조 의혹' 수준의 증인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저희들이 추가 증인을 요구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광범위한 규제완화 정책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주재하고 이끌었던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정부와 청와대가 적절히 대응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을 (증인으로)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9.11 당시 (현직 대통령·부통령이던) 조지 W. 부시와 딕 체니가 조사위원회에서 방문 조사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요구하지 않고, 현직 대통령 예우 측면에서 비서실장과 핵심 라인 조사로 대체하려고 했는데,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이를) 진실규명 노력이라고 보지 않고 정쟁으로 폄하하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아무 관계도 없는 문재인 의원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하는 새누리당의 '의혹 창조'적 행태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참여정부 시절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비서실장을 부른다고 한다면, 규제 완화를 책임지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세월호 수습의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증인으로 출석시켜서 답변을 듣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해 "사고 당일 7시간의 행방에 관해서 누구도 분명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지시사항이 적절했는지 국민적 의문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비서실장도 모른다고 하고 누구도 명백하게 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에서도 진상조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부시나 체니가 (9.11을) 일으킨 당사자는 아니지 않나. 그러나 그 수습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생각하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박 대통령이나 이 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문재인 증인신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제스처로 읽힌다. 실제로 김 의원은 "저희가 (김기춘 비서실장 등) 실무 책임자를 조사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 했으나, 새누리당이 정직하게 대응하지 않고 엉뚱한 쪽으로 문제를 몰고 나가려 하기 때문에 우리도 새누리당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고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박 대통령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앞서 세월호 청문회를 앞두고 문 의원과 전해철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1997년 부도를 낸 세모그룹이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2005년 선박부문을 매각했는데, △당시 선박부문을 사들인 회사가 (주) 천해지이며, △천해지의 자회사가 바로 청해진해운인 점으로 미뤄볼 때 2005년의 선박부문 매각·인수를 통해 유병언이 세모그룹 선박 부문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당시 법정관리에서 기업 부채를 탕감받은 것이 정권 핵심부와 유착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지 파헤치기 위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의원과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전 의원의 증언을 들어야 한다는 근거를 댔다.
그러나 이 역시 문 의원을 실제로 증인으로 불러내 무려 9년 전인 2005년 당시의 일을 추궁하려는 것이라기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김기춘 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전 홍보수석을 부르고, 유정복 인천시장도 전 안전행정부 장관 자격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특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야당이 청와대 관계자들을 부르겠다는 건 정쟁으로 몰고 가겠다고 작정한 것"이라며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참고인 등에게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1주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한다. 8월 4일 청문회 첫날 출석할 증인에게는 오는 28일 중으로 요구서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여야는 늦어도 28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증인 명단을 의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8월 4일 청문회 정상 개최도 불투명한 지경에 놓였다. 여야 간사는 이날 저녁부터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 증인 채택 관련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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