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국회까지, 꼬박 28시간을 걸었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먼저 떠난 자식들에게 "덜 미안한 부모가 되게 해 달라"며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그것이 24일 참사 100일을 맞아 100리 행진에 나선 유족들의 요구다.
"여기까지 왔다고 뿌듯해 하지 맙시다. 아직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루기 위해 애썼을 뿐, 아무 것도 이룬 게 없습니다. 특별법 제정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1분만 더 버팁시다."
고(故)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유족들을 다독였다. 단식 7일째를 맞은 유 대변인은 "각자 흘리는 눈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함께 흘리는 눈물이 강을 이뤄 산을 옮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힘겨운 행진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유족 300여 명을 포함해 종교인들과 시민들까지, 행진 규모는 1000여 명으로 불었다.
지난해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의 유가족 대표인 이후식 씨는 "우리가 자식을 잃고 이렇게 걷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1시40분께 국회에 도착한 행진 대열은 점식식사와 휴식을 한 뒤 오후 4시께 출정식을 열어 다시 광화문까지 먼 길을 재촉했다.
이번엔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던 유족들이 행진 가장 앞 줄에 섰다. '응답없는 국회를 넘어, 이제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현수막을 펼쳤다.
유족들은 이날 국회를 떠난 뒤 마포대교-공덕오거리-서울역-서울광장으로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후 7시30분께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열리는 추모 음악회 '네 눈물을 기억하라'에 참석한다. 이후 오후 10시께 유족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행진 일정을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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