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의 야권 단일화 논의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24일 오전 회동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전화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마주앉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후보 간 협상이나 당 대 당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제3의 중재자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면 어떻겠냐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4일 팟캐스트 방송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에서, 야권의 입장에서는 정의당 노 후보로 단일화하는 방안이 더 승리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심은 기 후보에게 '드롭'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새정치연합은 어렵다. 광주에 있던 사람을 뽑아 올리지 않았나"라면서 "박원순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1야당인 새정치연합 후보가 아니라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지명도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 같다"는 점을 들었다.
이 소장은 지난 18일 같은 방송에서 "서울 동작을은 정의당 노 후보로, 경기 수원정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는 동작을에서는 기 후보가, 수원정에서는 정의당 천호선 후보(당 대표)가 각각 사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이른바 '빅딜' 논의다.
실제로 이날 <연합뉴스>는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빅딜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새정치연합이 서울 동작을에서 정의당 노 후보에게 단일후보를 양보하고, 수원 정에서 정의당 천 후보의 양보를 끌어내자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기 후보 측에 이미 이런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 후보가 일단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 후보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기 후보 측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그런 게 있을 수 없다"며 "후보에게 '그런 전화 받은 적 없다'고 내가 확인했다"고 했다. 두 공동대표 쪽에서도 모두 "사실무근이다",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단 한 당직자는 "그런 안이 정치평론가 의견으로 (당 내에서) 돌아다닌 것으로 안다. 그게 와전된 게 아닌가 한다"며 "두 대표가 의사결정을 해서 (기 후보와) 그런 접촉을 했는지는 당 내부에서도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당 내에서 '빅딜설'이 외부 전문가 의견 보고서 형태로 회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새정치연합, 연대에 너무 수세적"
이 소장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야권연대에서 연대를 너무 수세적으로 대하는 데에 불만이 있다"며 "약자들이 힘을 합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오전 정의당에서는 동작을 지역에 국한한 야권연대 논의를 당 대 당 차원에서 진행하자며 심상정 원내대표가 수원 천막당사로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보기) 전날 기 후보 측 진성준 선대본부장도 "후보 간 논의가 막혀 있다면 당의 기존 입장과 달리 동작을에 국한한 단일화 협상을 당이 나서서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이런 의견을 당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다"며 "7월 초에 이미 얘기했고, 그런 원칙(당 차원의 야권연대는 없다는 원칙)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면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 소장은 "단일화라는 것에 대해 2가지 생각이 있다"며 "야권이 무능함을 연대로 숨기려 하는 게 있다. 방편이 되는 것은 불편하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단일화를 죄악시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연대는 쓸 수 있는 전략"이라고 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도 "연대·연합 정치는 정당정치의 기본"이라며 "이탈리아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정당의 실력, 능력으로 '연합을 형성하고 깰 수 있는 능력'을 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정치구조상 아주 강자인 새누리당이 (정치를) 못하면 저항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새누리당이 야권연대를 '야합', '담합' 등으로 비난하는데 대해 "교묘하다"며 "정당정치 선진국인 유럽은 대부분 다 연정을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정은 다양한 세력들이 정부를 같이 구성하는 현대 정치에 있어서의 하나의 흐름"이라며 "(한국도) 그런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보선, '다 이기는 게임' 아니었다"
동작을에서 단일화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이 소장은 "투표용지 때문에 오늘(24일) 오후 6시 전에는 사퇴해야 한다"며 "만약 노회찬이 사퇴한다면 '노회찬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라는 게 원안대로만 밀여붙여 되는 거라면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엄밀하게 보면 두 후보가 한 후보로 줄어드는 것이지만, 뭘 위해 (단일화를) 하는 것인지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냥 하면 단수화지 단일화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동작을에서는 기 후보가 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안했으나, 노 후보는 "결렬된 (담판)방식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며 거부했다. 노 후보는 기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기 후보가 주장한 담판과 자신이 주장한 여론조사 외에 다른 제3의 방식이 있을지 물었지만 기 후보가 모두 부정적으로 답하자 '만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재보선 전체 판세와 관련해서는 "'다 이기는 게임을 새정치연합이 잘못해서 망쳤다'는 전제는 틀렸다"며 "원래 의석이 9대 6이었고, (여당의 원래 의석) 9는 영남 2석, 충청도 3석, 나머지 수도권도 지지층이 탄탄한 지역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히 분위기상으로 야권이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고 보는 게 넌센스"라며 "지방선거 이후 재보선은 대부분 새누리당이 압승해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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