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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요일', 하마스는 죽어야 마땅할까?

하마스 제거가 목표라던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로 이어지는 이유

지금 인류는, 피비린내 나는 인종청소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침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난 14일 동안 최소 팔레스타인인 580명이 죽었고 35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비교할 수 없는 전력 차이 속에서 이스라엘의 피해는 군인 18명을 포함한 20명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민간인 학살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이를 중재해야 할 유엔(UN)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고, 그 뒤를 조종하는 미국 역시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방관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사회가 주판을 굴리고 있는 동안, 가자 동부 슈자이야에서는 일요일 하룻밤에만 80여 명이 희생당했다.

▲ 지난 20일(현지시각) 가자 동부의 슈자이아 지역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았다. 사진은 당시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목표, 하마스 시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의 목표를 하마스의 로켓 발사를 저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 시설, 하마스 자금줄이 되는 은행, 하마스 군 시설 등 각종 하마스 시설을 폭격했다고 발표했다. 피비린내가 유난히 진동했던 일요일 슈자이야 학살의 목표 또한 하마스의 땅굴 파괴였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에 반대하는 많은 국제 언론사들도 하마스 시설 공격은 괜찮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많이 내고 있다. 하마스 관련 시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들은 얼마나 사악하기에 모두 폭격당해 죽어야만 마땅한 것일까?

하마스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뽑힌 가자지구의 집권 정부이다. 따라서 하마스 관련 시설은 모든 정부기관을 의미하고 이는 가자지구 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 장애인을 다루는 복지시설, 종교시설, 은행, 발전소, 수도시설, 정부기관, 국영언론 등을 포함한다. 이 정도면 차라리 하마스 관련 시설이 아닌 곳을 세는 게 더욱 쉬울 수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하마스 멤버라고 하면, 스스로 하마스의 정치 노선에 동의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거나, 자발적으로 하마스의 무장조직 '이젤딘 알 카삼'에 들어가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관리하는 가자지구의 정부기관에 일하는 사람들 모두를 하마스 멤버라고 간주한다. 이 중에는 높은 실업률에 허덕여 간신히 말단 경찰직에 종사하는 청년도, 묵묵히 가정을 꾸리기 위해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도 포함된다. 하마스가 최근 이라크-시리아에서 급부상 하고 있는 ISIS와 같이 피에 굶주린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시설 폭격이 의미하는 것

가자는 서울 절반만한 땅에 180만 명의 인구가 몰려있다. 크게 라파, 칸 유니스, 가자시티 등 3개 대도시와 8개의 난민촌, 소규모 마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거주지역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지만 난민촌은 집과 집 사이 골목길이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특히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런 인구밀집지역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인구 비 밀집 지역으로는 농지, 사막화된 공터, 국경 주변 공터 해안가 등이 있는데, 바로 이런 지역들이 하마스가 주로 로켓을 발사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폭격은 로켓 발사 지역만을 노렸다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도심, 인구 밀집지역 곳곳을 무분별하게 타격했고 공격이 본격화되면서 그 범위를 전체 하마스 시설로 확대했다.

수많은 정부 시설이 좁은 인구 밀집지역 곳곳에 위치해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하마스 시설을 타격한다는 것은 대놓고 가자지구 민간인을 죽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인권센터(PCRS) 대표 라지 수라니는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마이클 즈파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창고 하나를 폭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창고 주변 집 20~30채를 한꺼번에 폭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자지구는 그 자체로 민간지역"이라며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의 허구성과, 파괴적인 민간인 피해를 강조했다.

슈자이야 학살 그리고 각종 전쟁범죄

20일 일요일, 가자지구 동부의 슈자이야 마을에서는 하룻밤 새에 80여 명이 살해당했고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들 대부분이 어린이, 여성, 노인이라고 밝혔다. 살이 타는 냄새로 진동하는 가자시티의 알 쉬파 병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탱크의 포탄이 비처럼 쏟아졌어요.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폭탄이 퍼붓는 길거리에 나와 달려야 했죠. 사람들은 그렇게 길거리에서, 집에서 죽었어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의 역사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칸 유니스 학살, 라파 학살, 사브라&샤틸라 난민촌 학살 등, 알려진 사건만 해도 스무 개가 넘는다.

이번 침공에서 이스라엘은 아예 작정한 듯 집중적으로 민간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권센터(PCRS) 대표 라지 수라니는 대규모 희생자를 가져온 2008~9년의 공격이 "농담"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공격의 잔인성에 치를 떨었다. 7월 21일 팔레스타인 보건부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10곳의 병원과 클리닉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 그중 21일 발생한 공격으로 알 아크사 병원에서는 5명의 의사와 환자가 살해당하고 7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또한 인구 밀집지역에서 사용이 금지된 대량인명살상무기 플레솃탄이(flechette) 사용된 증거도 다수 발견됐고, 가자에서 활동 중인 노르웨이 의사에 따르면 파편 없이 신체를 절단할 수 있는 고밀도금속폭탄(DIME)의 사용흔적도 발견됐다고 프레스TV 등은 보도했다.

이스라엘인의 목숨값은 팔레스타인 사람보다 비싼가?

이 대담하고 잔인한 학살은 제재를 받을 일도, 그 어떤 전쟁 범죄로 기소될 가능성도 없는 이스라엘의 레퍼토리였다. 국가방어 차원에서의 공격이란 이스라엘의 주장은 450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580명의 팔레스타인이 죽어나가는 동안 2명의 민간인 포함 20명의 이스라엘 희생자 수와 비교했을 때 농담으로서의 가치도 없다. 그나마 이 19명의 희생자도 최근 이틀간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통해 나온 희생이다.

이 와중에 20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생포했단 소식을 듣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이스라엘 포로 한 명으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포로 교환'될 수 있을 거란 희망에서이다. 580명이 죽어도 한 명 생포가 그렇게 즐거울 만큼, 양측의 전력차이는 말도 안 된다. 과연 이스라엘인의 목숨값은 팔레스타인 사람보다 비쌀까? 그렇지 않다. 다만 무기력한 국제사회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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