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불공정한 한국 공영방송, 어떻게 뜯어 고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불공정한 한국 공영방송, 어떻게 뜯어 고칠까

[좋은나라 이슈페이퍼]<41>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구상

1. 방송의 사회적 기능 수행을 위한 자유와 독립

21세기가 시작한 지도 벌써 십 수 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에서는 공영방송과 관련한 담론이 주로 보도의 공정성이나 독립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구의 공영방송이 디지털화·융합화 시대를 맞아 전파의 희소성에 근거했던 존재 정당성에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1) 달리, 그리고 서구의 그것이 융합형 공영미디어로의 새로운 재창조(reinvention)를 꾀하고 있는 것과2) 동떨어져서 한국의 공영방송은 다분히 전근대적 이슈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2000년에 제정된 한국의 방송법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핵심적 가치로 다루고 있다. 이 법은 제1조에서3) 이 법의 목적이 ‘시청자 권익보호’,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문화의 향상’, ‘방송의 발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동 조항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 방법으로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공적책임을 높이는 것”을 제시한다. 방송법은 이어서 4조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조항을 따로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편을 구체화하고 있다. 제6조에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의 이름으로 공정성 관련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정신과 관련 법규와 관계없이 한국의 공영방송은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권에 예속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 변화가 아니라 정치문화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정치문화가 바뀌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고, 한편으로는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 자체가 정치문화를 바꿔가는 방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노력은 포기될 수 없다.

2. 정권 편향적 불공정 공영방송

1987년 한국사회의 민주화 이후 점진적이나마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온 한국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부터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하는 한편 배임으로 기소하였으며, MBC 제작진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였다. 나중에 정 사장의 해임은 잘못되었으며, 정 사장과 제작진 모두 무죄인 것으로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이미 공영방송을 장악한 뒤였다. 낙하산 사장 반대 운동과 불공정 방송에 대한 항의 파업의 결과로 12명(YTN 6, MBC 6)의 방송인이 해직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기간의 공약을 지키지 않은 채 해직언론인 복직과 공영 방송사 사장 임명제도 개선 등의 문제를 방치하며 기존의 정권 우호적 방송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배정근(2012)

기자, 수용자, 언론학자 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사결과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진 방송 공정성 수준을 일관되게 보고한다. 기자들은 기사선택 과정에서 자유도가 떨어지고 있으며(그림 1),4) 언론보도의 공정성 또한 하락하고 있다고 응답한다.5) <시사인>이 수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도 2007년 KBS와 MBC는 각각 매체 신뢰도 27.3%와 16.3%를 기록했던 것이 2012년에 20.7%와 6.9%로 떨어졌다.6) 특히 MBC의 추락이 눈에 띈다. 한림대 심훈 교수의 방송학자 대상 조사도7) KBS와 MBC 보도의 중립성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음을 보고한다(그림 2). 방송학자들은 노무현 정부 때의 KBS와 MBC 보도의 중립성에 대해 10점 만점에 6.22와 6.109를 각각 부여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3.72과 3.16으로 크게 낮추어 평가했다.

ⓒ심훈(2013)

3. 공영방송의 자유과 독립을 해치는 요인들

방송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정치적, 경제적, 조직문화적인 것들이다. 공영방송의 규범으로 가장 폭넓게 수용되는 영국 BRU(British Research Unit)의 ‘공영방송의 8가지 원칙’은8) 공영방송이 이런 요인들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영방송의 취약성 때문에 공영방송 제도를 운영하는 것인데 한국의 공영방송은 이것들의 영향을 오히려 더 많이 받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1) 임명네트워크를 통한 정치적 통제

당대 정권은 주어진 제도를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공영방송사 사장에 임명할 수 있다. 방송사의 인사 및 경영권을 지닌 사장은 다시 사내 조직을 장악하고 친여적 불공정 방송을 초래한다. 방송법에 의거하여 KBS 사장은 이사회가 다수결로 뽑아 제청한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이들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3인은 정부여당, 2인은 야당 몫이다. 현재의 관행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진 분포는 7 대 4를 유지하는 것이다. MBC 사장은 방송문회진흥회가 선정하는데 이곳의 이사 9명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다. KBS와 마찬가지의 역학으로 현재 방문진 이사 성향의 여야 분포는 6 대 3이다. 이러한 제도적 특성에 정치문화가 개입될 때, 즉 '추천의 빚'을 진 방통위 위원이나 공영방송사 이사들이 소위 ‘당론’에 따라 의사판단을 하면서, 정권편향·정권예속 방송사 사장이9) 임명되고 마는 것이다. 명망가의 통합적 판단과 전문적 식견을 소위 '의리'가 압도해 버리는 형국이다.10)

2) 심의 기관을 통한 내용통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내용을 사후적으로 심의하는 기구이나 검열적 요소와 구성상의 위헌성을 지니고 있다(최우정, 2014).11) 현실에서 이 기구는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이 있을 경우, 즉 방송사 경영진을 통한 통제가 실패하였을 경우 사후적으로 이를 제재하여 방송사 경영진의 통제 명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심의결과를 보면 모호성으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는 ‘방송통신 심의규정’의 균형성 조항(제9조 2항)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12) 구성상으로 방송사 사장 임명방식과 같이 여야 위원 분포가 6:3으로서 심의결과와 회의록을 분석해보면13) 여권위원들은 정권비판적 방송내용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최종적인 심의결과와 개별적인 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비중도 정부여당 추천위원이 압도적으로 높다.(표 1) 이것은 정부여당 추천위원들만으로 또는 이들의 비중이 큰 상태에서 야당 추천위원들의 의견과 달리 심의의결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

ⓒ유승관(2013)

3) 자본의 영향력

한국의 공영방송사는 광고영업을 직접 하지 않고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대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일반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인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예전에는 직업규범이나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는 전통 등이 광고주의 압력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였다.14) 그러나 매체경쟁이 극심화 하면서 사영 언론은 물론이고 공영방송사도 예전과 다르게 경영상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 비단 보도만이 아니더라도 모든 프로그램 영역에서 필요한 광고와 협찬 등 경제적 요구가 커지는 것은 공영방송사도 다른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려다 압력으로 좌절당한 경험’이 39.4%에 달했다.15) 당대 정권과 주파수를 맞추는 경영진 또는 간부진의 세계관이나 개인적 네트워크로 인해 자본에 비판적이지 않은 경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4) 전문직 문화의 미발달

방송사 내적인 문제로서 전문직문화(professionalism)의 미발달이 정권의 영향력을 내재화화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BBC 등 서구의 유수 공영방송이 국가 등 각종 이해세력의 압력을 막아내 오면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방송 운영의 핵심적 구조인 전문직문화가 발달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6) 그러나 한국 공영방송사는 전문직 문화와는 동떨어진 조직문화 양태를 보인다. 일부는 정치권과 연계하여 그들과 같은 세계관과 이해를 공유하고자 하는 방송인들도 있다. 이들은 때로 독자적인 외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간부와 경영진으로 승진하며 보도통제의 전선에 서게 된다. 이들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으로 바로 이동하기도 한다. 관료적 조직문화는 선배 또는 경영진의 견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계서적(階序적) 통제’17) 구조를 만들어 편향적 보도의 온실이 되기도 한다.18)
미약한 전문직 문화는 개인적 영달의 목적은 아니더라도 조직의 발전을 위해 저널리즘 원칙을 버리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공영방송조직 일각에서는 수신료 인상 등 정책 지원을 바라고 당대 정부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5) 경향성으로 인한 편향성

한국 공영방송사들이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받는 이유는 정권의 통제도 있겠지만 이에 더해 한국 저널리즘이 지니는 일반적 경향성 때문이기도 하다. 경향성은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사를 통해 이용자의 이해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을 뜻한다.19) 기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의 흐름을 잡고, 과장된 표현을 하는 등의 ‘경향성’으로 인해 신뢰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친정부적 기사로 인한 (진보층의) ‘혐오의 대상’이 되지만, 권력비판·약자친화적 기사로 인한 (보수층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결국, 경향성은 ‘권력 교체와 관계없이 공영방송은 친정부적 태도를 지닌다‘는 이데올로기적 언명의 명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4. 해결 방향

1) 단기적 과제

(1)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에 특별다수제 도입

정치병행 구조가 공영방송사 사장에까지 이르러 귀한 사회적 기구가 정파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여야 하겠다. 특별다수제란 사장 선임 때 이사들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의 의결정족수가 필요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영방송사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수인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만이 아니라 야당 추천 이사 일부의 동의도 필요하도록 하는 안이다. 이사 수 증원, 이사회 회의록 공개, 인사청문회, 자격강화, 낙하산 방지 등의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실제로 2014년 8월부터 방송법에 적용되지만20)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광범위하게 동의되는 것이 특별다수제이다. 그러나 2013년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는 여야 동수로 추천한 산하 자문위원회도 뜻을 함께한 ‘특별다수제’안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방송학자들 대다수가 정치성향을 떠나 이 제도에 동의하고 있다. 남경필 전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뜻을 담은 법률안을 각각 낸 바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도 이러한 방식으로 사장을 뽑는다.

구체적으로 KBS의 경우 방송법 46조 7항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에 ‘단, 사장 제청 안건의 경우 재적 위원 삼분의 이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0조의2(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사장 추천)에 항목을 추가하여 ‘방송사업자의 사장 추천은 이사회 재적 위원 삼분의 이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하여야 하겠다.

(2)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현행 방송법은 제4조 ‘편성의 자유와 독립’ 4항에서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 경영진과 취재 및 제작인의 상호간 협의와 계약에 의해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한 것이다.21) 아직 1심 단계이지만 공정성 관련 최근의 판결들은 모호한 공정성 개념은 사용자와 종사자의 논의를 통하여 구체화 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공정성 여부는 ‘방송의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참여 하에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 준수 여부가 보다 객관적인 판단기준’22)이라는 것이다. 일부 회사 측 인사 및 간부들은 편성권과 편집권이라는 용어를 경영권과 같은 것이라고 우기는 한편, 편성위원회 참석을 피하는 등 편성규약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방송 자유와 독립의 일반적 가치 및 현 방송법의 제정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려는 것이다.

방송법에 편성위원회 규정을 명확하게 하여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제4항을 개정하여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및 보도채널 사업자는 취재 및 제작 종사자는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사 동수의 비율로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야 한다’로 하여야 하겠다. 아울러 제5항을 신설하여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구성된 편성위원회가 제청하는 자를 제3항의규정에 의한 해당 방송사의 방송편성책임자로 임명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이 안은 앞서 거론한 바 있는 국회 공정성특위에서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에 이르기 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으나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신문사 등의 반발로 법제화하지 못하였다.

(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방식 및 심의규정 개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여당에 편향된 분포로 구성되는 방식은 심의결과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언론자유의 침해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의 기능 중 하나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인데 당대 권력을 비판한 기사를 당대 권력의 인사들이 불공정하다고 심의하여 실제적 제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 근본적으로는 자율심의 등 검열적 요소가 없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여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야 동수로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을 구성하는 것도 공정성 심의의 불공정성을 교정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치 등)를 수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의적 해석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객관성, 중립성 관련 조항을 학자 등 관련 전문인들로 구성된 개정위원회를 통해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공정성 사안에서 자의적 판결을 내림으로써 종국에는 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문제23)를 해결하여야 한다.

(4)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공동체(시민사회)와 국가를 연결하는 공공영역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공영방송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체와의 유대는 약화되고 점차 국가와 시장으로 편입돼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공영방송이 시민의 의사보다는 국가와 자본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자 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서 시민사회의 실질적 의사결정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은 시민의 이해를 ‘파는’ 기만적 기구화 할 것이다. 일례로, 수신료 납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KBS 수신료는 방송법 제67조 2항과, 동법 시행령 제43조 '징수업무 위탁과 수신료의 병과 고지'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전기세에 합산하여 납부하고 있다. 수신료는 헌법재판소가 ‘특별부담금’24) 으로 판결한 바 있는 의무 납부액이다. 그러나 수신료가 전기세에 합산하여 준강제적으로 납부되는 만큼 KBS와 시민의 거리는, 즉 KBS가 시민을 생각하는 민감도는 떨어졌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시청자들이 납부거부를 할 수 있는 물리적 기회마저 없다면 공영방송은 객관적으로 볼 때 시청자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25)고 주장한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도 야당 시절인 2003년 수신료 분리 납부를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수신료 인상 등 자원배분을 당대 정부에 의존하면서 시민은 소외하는 전기세 합산 방식은 이제 개선할 때가 되었다.
2) 장기적 과제

(1) 전문인문화 발전을 위한 자체 노력

제도 개선만으로는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26) 이론이 적시하는 것처럼, 제도화되지 않은 제도, 즉 관행과 규범들이 현실을 규정하는 힘이 더 강하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공영방송사 조직 내에서 전문인문화를 발전시켜 공식적 제도와 인습을 막아내는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권위적 조직문화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겠다. 예를 들어, 노사 합의에 의한 관련 프로그램이나 운동을 추진하거나 구체적인 윤리 강령을 제정하고 개인차원의 규범까지 내면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널리즘 연구와 교육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은 현실적합성이 큰 연수과정을 운영함과 동시에 일상에서의 보도가치가 공유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옴부즈맨 등의 보도 사례 분석을 수시로 구성원들에게 배포하여 저널리즘 가치와 원칙의 수행방식이 체화되도록 하고, 기자들의 정기적 전체 연찬회를 통해 저널리즘 가치와 원칙을 정립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2) 방송법 전면 개정

현재의 이른바 '통합 방송법'은 2000년에 제정된 것이다. 상업 미디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의 각 영역이 참여하는 조합주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디지털화와 방송통신융합 현상으로 방송환경은 크게 변화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현행방송법이 공영방송에 대한 뚜렷한 정의와 역할 부여가 없는 채 모든 방송의 일반적인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공영방송이 다른 방송들과 구별되지 않고 단순 경쟁의 위치에 머물며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한 실정이다. 어차피 유사 기능을 수행하지만 별도의 법에 의해 규제되는 IPTV나 OTT 등의 신규매체를 통합하기 위하여서도 방송법 전면 개정은 필요하다. 다시금 사회 각 분야 및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방송법 개정 위원회가 가동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송법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1) 예를 들어, Armstrong, M. & Weeds, H. (2007). Public service broadcasting in the digital world. [On-line] Avaliable: www.eprints.ucl.ac.uk
(2) 예를 들어, Bardoel, J. & d'Haenens, L. (2008). Reinventing public service broadcasting in Europe: prospects, and problems. Media Culture Society 30; Debrett, M. (2007). Reinventing public service television: from broadcasters to media content companies. Communications, Civics, Industry – ANZCA 2007 Conference Proceedings; Iosifidis, P. (2010). Reinventing Public Service Communication: European Broadcasters and Beyond.
(3) 방송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4) 배정근(2012). “2012 기자의식 조사결과: 1989년 이후 변화 추이”. <신문과방송> (2012, 8월호), 21-30.
(5) 한국언론진흥재단(2013). <한국의 언론인 2013: 제12회 언론인 의식조사>
(6) “MBC 신뢰도, 2년만에 ‘3분의1 토막’” (2012). <시사인> (2012. 10. 22).
(7) 심훈 (2013). “박근혜 정부 기간 KBS · MBC 뉴스에 대한 방송학자들의 평가 조사.” <2013 한국방송학회 가을철 학술대회(2013. 11. 9. 이화여대 ECC) 발표논문>.
(8) Broadcasting Research Unit (1985). The public service idea in British broadcasting: main principles. London: BRU.
- 방송 프로그램은 모든 인구에게 이용 가능해야 한다.
- 방송 프로그램은 모든 취향과 관심에 부응해야 한다.
- 소수자,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 방송사는 국가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자신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 방송은 모든 이권에서 유리되어야 하며, 특히 당대 정부의 이권에서 그러해야 한다.
- 재원의 보편성: 방송의 주요 수단을 위한 재원은 사용자집단에 의해 직접적으로 조달되어야 한다.
- 방송은 수에 대한 경쟁보다는 좋은 프로그램을 위한 경쟁을 독려하도록 구조되어야 한다.
- 방송을 위한 공적 가이드라인은 방송인을 제약하기보다는 자유롭게 해야 한다.
(9) 2014년 세월호 사태 때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청와대 인사가 특정 인물을 청와대 출입기자로 발령 낼 것을 요구하였고 KBS측은 이에 순응하였다는 사실 등을 폭로하였다.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폭로 전문’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33600)
(10) KBS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황근 선문대 교수는 한 세미나 자리에서 이사회에서 정파의 ‘당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배신자’가 된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방송위기의 진단과 해법 Ⅳ> 전문가 토론회: 공영방송 KBS의 위기-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2014. 5. 29. 프레스센터)
(11) 최우정(2013). “헌법상 방송의 자유보장을 위한 현행 방송심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공법학연구> 제14권 제2호, 3-30.
(12) 배진아(2014).“방송의 공정성 심의는 공정한가?: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적용 심의의결 사례 분석.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 연구회 주관 <방송 공정성 심의와 민주주의> 세미나(2014. 2. 10. 숙명여대 진리관) 발표 논문.
(13) 유승관(2013). “우리나라의 방송 공정성 심의규제 현황과 개선방향.” 한국방송학회 주관 <방송 공정성의 이론과 실천> 세미나(2014. 11. 28. 프레스센터) 발표 논문.
(14) 배정근(2010). “광고가 신문보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그 유형과 요인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제54권 6호, 103-128.
(15) 심석태, 이성주, 김기봉, 최문호, 강형철, 윤태진, 임대근, 정필모, 김호성(2013).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사지 문제>. 서울: 컬처룩.
(16) Küng-Shankeleman, L. (2000). Inside the BBC and CNN: Managing media organisations.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17) 정필모(2014. 6. 9). “KBS사태의 근원과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 기고문.
(18) 특히 KBS의 경우 1973년 이전까지 정부조직이었고, 그 이후 군사정권이 지속되는 동안 실질적인 국영방송의 역할을 하면서 전문직문화보다는 관료주의적 조직문화를 강하게 발달시켜다.
(19) 이준웅(2010). “한국 언론의 경향성과 이른바 사실과 의견의 분리 문제.” <한국언론학보>, 제54권 2호, 187~209.
(20) 2014. 8. 29일부터 이사회 운영 및 사장 선임방식 등에 관한 방송법 46조, 48조, 50조의 개정 조항이 발효된다.
(21) 고민수(2010). “방송조직과 방송편성규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헌법학적 고찰”. <언론과 법> 제9권 2호, 27-47.
(22) 2012가합3891 손해배상(기)
(23) 예를 들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014년 6월 14일 <추적60분> ‘천안함’ 편 관련 제재 조치 처분취소소송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1월 24일 KBS에 대해 한 경고 제재 조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앞서 5월 16일 대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CBS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결정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CBS 김미화의 여러분' 프로그램에 대해 내린 법정제재는 부당하다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24) 1999. 5. 27. 98헌바70
(25) 박경신(2014). “공영방송의 미래는 시청자와의 관계 재정립에 있다.” 언론개혁시민연개 주최 세미나(2014. 6. 16.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토론문.
(26) Hall, P. A. & Taylor, R. C. R. (1996). Political Science and the Three New Institutionalisms, Political Studies, 44(5), 936957.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