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 사건은 너무나 내게 큰 충격과 공포로 다가오는 현실이었다.
내게 세월호는 1년 전에 제주도를 오고가며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배였다. 그런 세월호에 사람들이 잔뜩 타고 있었다. 결국 실종자 중,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하고 침몰하고 말았다. 나는 이것이 그냥 사고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일반 국민'이었다. 사고가 났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TV를 켜놓고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던,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이상했다. 이상하게도 계속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되는 것 같았다. TV가 사람들의 시선들을 모두 옭아매는 것만 같았다. 너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모두 이 슬프고 무시무시한 사건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때, 난 SNS에서 대안언론들, 그리고 그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을 보게 되었다. TV와 너무 달랐다. 그 기사들을 난 잊을 수 없다. 사고 시간과 사고 장소, 사고 경위는 재구성됐다. 내가 알던 사건과 같은 사건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 때부터 나는 그 대안 언론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TV를 껐다.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언론의 통제라는 느낌도 들었다. 누군가 언론을 통제함으로 해서, 사람들이 감정을 통제당하는 것 아닌가. 다양한 느낌과 생각이 아니라, 하나의 느낌과 생각을 강요당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되어서는 큰 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다. 난 아마 그 때 무엇인가 엄청난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한 대안 언론사 기자의 클로징 멘트가 흘러나왔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 양심의 부력으로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우리는 그 때, 잊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개구리처럼 외치고만 있었다. 실상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어야 했는데 말이다.
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를 그렸다. 내게 친숙했던 그 세월호를 바다의 물결 위에 그려 넣었고, 풍선들을 달았다. 둥실 뜨기에는 너무 모자라 보였지만, 모두의 염원과 노력들이 더 모이면, 모두의 힘과 마음이 더 모이면 '둥실'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1인 시위를 하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섰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갔다. 잊혀지기 시작한 세월호의 진실들, 이제 우리는 더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그런 무서운 생각과 감정이 차갑게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알려고 하는 사람들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내가 그린 이 그림 파일을 공유했고 대한민국 거리 곳곳에 그려넣었다. 해외에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양심을 믿기 시작했다. 지금도 굳게 믿는다. 그리고 그 양심으로 인해, 우리의 세월호가 진실을 듬뿍 안고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암막에 가려져있는 그 진실들이.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했으면,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상한 이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자유와 권리와 책임을 행사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알아야할 수많은 진실들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후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사건 앞에 당당히 맞서자고, 나는 지금 이 그림과 함께 우리의 양심들이 살아 숨 쉬는 거리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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