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15일 청와대 오찬은 겉으로 화기애애했다. 박 대통령은 당과 정부의 '호흡 맞추기'를 당부했고, 김 대표는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친박의 몰락'으로 표현되는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다음날 가진 회동인만큼 양측은 불편한 기색을 일체 드러내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오찬에 참석한 최고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축하의 인사를 건넨 박 대통령은 "내각 2기가 이제 시작이 된다. 당도 새 지도부가 출범을 하고 해서 같은 시기에 같이 출범을 하게 되면 처음부터 호흡을 맞추기가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에 대한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 말로 풀이된다. 또한 박 대통령은 "호흡을 맞춰서 국가적으로 큰 과제인 경제회복과 국가 혁신을 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우리 모두는 '풍우동주'다.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며 "대통령 잘 모시고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빨리 저희를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고 어제 전당대회에 오니까 당원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당원들의 힘을 많이 받아 가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 대표를 포함해 김을동,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과 이완구 원내대표, 윤상현 사무총장,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당권을 내주고 2위로 밀려난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찬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풍우동주'는 오찬이 끝나자마자 인사 문제로 요동쳤다. 박 대통령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2명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두 사람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자격 인사"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해왔다. 특히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선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 여론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부정적 기류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김무성 대표가 최근의 인사 문제에 관해선 거론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밝혔으나, 이날 오찬 자리에서도 황우여 의원의 입각 등 인사 문제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성근, 정종섭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시사하는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함으로써 여당의 새 지도부를 난처하게 만든 셈이다.
특히 김무성 체제 연착륙의 시험대로 꼽히는 7.30 재보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박 대통령이 인사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국회와 여론에 맞서는 '불통'을 선보임으로써 김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정성근, 정종섭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과 관련해 "자격 없는 후보자에 대해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특히 "위증을 한 장관 후보자,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서 임명 강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 단연코 반대한다"며 "재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16일 이들에 대한 임명을 실제로 강행할 경우 최근의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으로 훈풍이 불던 여야 관계와 당청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