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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는 약속 지키려면…

[시민정치시평] '세월호 특별법' 반드시 통과돼야

죽어서 별이 된 사람을 품에 안아 그 눈이 별빛과 같은 이들이 있다. 지난 2일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 순회 서명을 했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잠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사랑했던 이가 생각나는 순간 멍해지고, 눈물을 흘리다가도 "특별법 제정 서명을 해주세요"라고 외칠 때에는 목소리가 맑아지고 눈이 빛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갈 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며 무기력했지만, 이제는 사랑한 이들의 죽음을 헛된 것으로 남기지 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전국 350만 명의 마음을 모아 지난 9일, 국회에 입법청원을 했다. 그렇지만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면서도 세월호 가족들이 그 논의에 참관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유가족들은 지난 12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마치 보상을 위해서 특별법을 만들자고 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이들이 있다. 유가족들은 "무슨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유가족의 법안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법안에는 유족들의 보상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양당의 안은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유가족들의 법안을 만든 대한변협에서, '4.16참사는 국가가 책임이 있는 사건이므로 반드시 배상을 해야 하고, 보상도 유가족과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이야기해도, 혹시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뜻이 흐려지거나 왜곡될까 우려하여 배상과 보상을 넣지 말자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바로 유가족들이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만든 특별법안은 유가족을 위한 법안이 아니다.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가족대책위원회의 특별법안은 말 그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가족과 시민들의 의지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안을 기본으로 하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그리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이 법안을 함께 만들기는 하였으나, 그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 과정에는 가족대책위원회의 의지가 반영되었고, 서명에 함께한 350만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이 법안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특별위원의 절반이 되도록 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기관들은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고 MBC는 출석도 거부했다. 청와대도 269건 중 13건만 회신했을 뿐이다. 국정조사에서도 이러한데, 특별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다면 진실규명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동일한 사고는 또 발생한다. 정말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여아 모두 가족대책위원회의 특별법안을 수용해야 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특별법안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안전사회를 위한 대안'이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이후 여객선안전관리지침이 제정되었으나 2007년에 대폭 완화되었다. 노후 선박은 교체되지 않았고 선령은 늘어났으며, 안전 관리도 해운 조합에 맡겨졌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발표된 '부실방지 및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 부실을 막는 대책이 아니라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었다. 씨랜드 사고 이후 청소년 수용시설에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할 수 없게 했으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에도 샌드위치 패널이 등장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1인 승무제는 바뀌지 않았고, 심지어는 무인 역사, 무인 운전 시스템이 확대됐다. 과거 참사의 대책은 이처럼 엉망이었다.

그것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상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법령을 만들어도 기업들은 안전 규제를 어길 것이고, 공무원들은 눈감을 것이다. 안전 규제 완화가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더 중요하다는 경제 논리 때문이다. 지금의 정부는 결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가족대책위원회의 특별법안은, 시민들이 나서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제보하거나 작업을 멈출 수 없었던 현실을 바꾸고,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다.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대중교통이나 다중 이용 시설, 원자력 발전소 등의 안전 문제에 시민들이 직접 개입하고 참여할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 정책의 방향을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까지를 샅샅이 살펴서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특별위원회의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시민들이 안전의 주체가 되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이 법이 유족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위한 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에 대해 많은 이들이 혐오하게 되었다. 기업의 탐욕에 의한 희생자는 나와 내 가족이 될 수 있고, 그때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리를 내버려둘 것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첫 출발이 바로 '4.16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미 여야가 세월호 관련한 별도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의원들의 법안에는 진실 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안전 사회를 위한 노력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가족대책위원회의 특별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가족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특별법안 논의에 들어가버렸다. 그렇지만 350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해준 그 의지로 특별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가족대책위원회의 법안을 관철시키는 기적도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특별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바로 진실이 규명되고 안전한 사회가 건설되지는 못할 것이다. 특별위원회가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는 길은 더 가시밭길일 것이며, 안전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돈보다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기도록 가치를 바꾸는 길이기에 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00만 명의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을 했던 것처럼, 특별법이 관철되는 과정, 그 이후에 그 의지를 현실화하는 과정 모두 시민들의 지지와 동의와 노력 속에서만 힘을 얻을 수 있다. 눈을 별빛으로 빛내는 유가족들이 앞장서고 있다. 그분들의 손을 잡고, 진실 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기나긴 '운동'에 함께 하자. 그것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그 출발은 다 같이 힘을 모아 가족대책위원회의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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