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할 권리, 하청 바지사장들이 할 수 있나. 원청사인 현대제철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충남 당진과 전남 순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 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할 임금·단체 협상 체결 △ 휴일이 존재하지 않는 야만적인 3조 3교대 개편 △ 매년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고용 불안 해소 △ 노동조합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죽음의 공장'이라고 빗대어 질 정도로,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잦은 곳이다. 지난해 5월 전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등, 지난 한 해 사이에만 10명이 넘는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공동파업 선포식에서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현대차를 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에 걸맞은 대접은커녕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2010년 연산 400만 톤급 고로 2기를 완공하고 지난해 3기 고로를 완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일괄 제철소'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경영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끊이지 않는 하청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3조 3교대제는 금속노조 안에서도 악명 높다. 동료가 대신 일 해주지 않으면 휴일조차 보장되지 않는 데다, 한 공간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4조 3교대제로 일하고 있어 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 관련 기사 보기 : 정규직 주5일, 비정규직 주6일 일하는 현대하이스코)
전 위원장은 "현대차그룹 철강사를 제외한 금속노조 어떤 사업장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교대 근무가 차별적인 곳은 없다"며 "심지어 노조가 무력화된 포스코도 몇 년 전부터 원청의 지원 아래 사내하청 비정규직도 4조 교대제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절반의 임금, 44% 수준의 성과급을 받으며 '쉴 권리'도 없이 일하는 이들은, 해마다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고용승계와 근속 인정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아무리 현대제철에 오래 다녀도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입 사원으로 돌아가는 기막힌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더욱이 최근 현대제철이 순천의 하이스코 냉연부문을 분할 합병하며, 정규직은 전원 고용했지만 비정규직 일부는 고용 승계하지 않아 고용 불안 문제는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이번 파업은 사상 처음으로 벌어지는 당진·순천 공동 파업이란 점에서 노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이날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몰려든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830여 명이다.
아직 쟁의권이 확보되지 않아 간부와 일부 조합원들만 휴가를 내고 참석한 현대제철 내화조업지회까지 파업에 결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하청 공동 파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오는 14일부터 3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지난 4일, 임금·단체 협상 체결을 위한 6번째 교섭에서 지회는 결렬을 선언했다.
엄태광 현대제철지회 부지회장은 이날 "비정규직 지회가 지난 2일부터 순환파업·게릴라 파업 등을 벌이는 데 아직 정규직 지회 참여 못 하고 있다"며 "곧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 되는 마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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