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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은 안 믿는 '세월호 3608톤', 국가는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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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은 안 믿는 '세월호 3608톤', 국가는 믿나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④] "단속 몇 번으론 과적 결코 해결 못 해"

<프레시안>은 지난달 27일부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직접 쓴 '시민 안전'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철도, 지하철, 가스, 병원, 버스, 공항, 항공, 보육 및 요양시설, 건설, 화물, 화학섬유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각 사업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안전 문제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취지입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과적 문제가 지적되면서 화물 과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연안 여객선의 심각한 과적 실태와 함께 '달리는 시한폭탄'이나 '도로 위의 세월호'라며 화물차 과적 문제가 신문 지상에 오르내린다.

언론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이뤄질 수 있었는지 놀랍다는 반응이지만, 화물 노동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일례로 참사 당일 세월호가 선적한 화물량이 서류상 3608톤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큼만 실었다고 믿는 화물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화물운송 시장에서는 기업 이윤을 위해, 화주와 운송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일상적으로 과적이 벌어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 연재 보기

화물 운송 시장의 심각한 과적 문제

2006년 도로교통안전공단이 화물차 운전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4.7%의 응답자가 '과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과적 차량은 제어가 힘들고 제동 거리가 늘어나며, 타이어 파손이나 과열로 인한 화재 등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8%(148명)가 과적과 적재 불량 화물차 사고에 의한 것이다. 또한 과적이 만든 도로 파손에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1년 전체 고속도로 포장 유지보수비용의 36%(280억 원), 전체 교량 유지보수비의 10%(44억 원)가 과적 차량 때문에 소요됐다.


ⓒ화물연대본부


국가가 책임지지 못 하는 과적

세월호 참사 이후 경찰은 화물차 과적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과적 문제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과적 단속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도로법에 따라 도로관리청이 단속하는 과적이다.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다 보면 화물차가 관문을 천천히 지나며 무게를 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차량의 전체 무게(기준 40톤)와 좌우 바퀴를 연결하는 축별 무게(기준 10톤)를 재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이 관할하는 적재정량 단속이다. 이는 차량의 적재 중량과 용량을 규제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세월호에 승선한 화물차들처럼 5톤 화물차가 18톤을 싣지 않고, 5톤만 싣도록 하는 것이다.

도로관리청의 과적 단속은 계측기가 있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경찰의 적재정량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객선의 과적 여부를 선박 겉에 표시된 선(만재흘수선)을 넘는지 눈대중으로 판단했던 것처럼, 장비도 경험도 부족한 경찰이 제대로 된 단속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집중 단속에 나섰어도 눈에 뻔히 보이는 불법 개조차나 단속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과적을 근절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경찰만 할 수 있는 적재정량 단속을 도로관리청과 지자체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과적 단속의 실질화 △과적에 대한 화주 책임 강화 및 '고의 과적 3진 아웃제'를 통한 과적 행위 예 △명예 과적 단속원 제도의 법률적 근거 마련을 통한 과적 감시 강화 등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고의 과적 3진 아웃제, 과적에 대한 화주 책임 강화 등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표류 중이고, 적재정량 단속 관련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이제 화물 노동자가 나선다

화주와 운송사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과적을 강요한다. 화물차 한 대가 운반하는 물량이 늘어나면 화물차가 늘어나는 효과를 만든다. 결국 화물차의 공급 과잉 상태를 초래하여 실질적으로 운송료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화물 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줄어들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다. 그럴수록 경쟁적으로 과적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단속 몇 번 더 한다고 과적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화물연대는 오는 14일 화물 관련 법·제도 개선을 쟁취하기 위한 하루 경고 파업을 벌인다. 도로안전을 위협하는 과적, 과속, 장시간 운전, 야간 운전 등의 위험한 운송 행태는 화물노동자들을 쥐어짜 기업의 이윤만 보장하는 화물운송 시장, 시스템의 문제다.

법정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입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은 오늘도 과적과 과속, 장시간·야간 운전으로 내몰리고, 이는 결국 화물 노동자만이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연평균 1269명, 하루 3.5명이 화물차 사고로 숨지는 이 나라의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화물노동자의 적정한 생계 보장을 통해 이러한 위험한 운송 행태를 막는 것이 곧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곧 국민의 안전이다. 국민에게 안전을, 화물 노동자에게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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