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세 명의 이스라엘 식민촌 청소년들이 실종됐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남부 헤브론에 위치한 불법 정착촌 구쉬 에치온 (Gush Etzion)출신으로, 이후 지난달 3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의 보복테러로 예루살렘 출신 팔레스타인 청소년 모함마드 아부 크데이르가 산채로 불타 시체로 발견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동안 세 명의 청소년을 수색한다는 명목으로 약 3주간 팔레스타인 전역을 공격해 700명을 체포하고 5명을 살해했다. 이렇게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산채로 불타 발견된 팔레스타인 청소년의 시체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분노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 전역과 이스라엘 내 아랍 도시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하고 있고, 불법 정착촌 주민들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대상으로 한 테러공격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의 배후라고 지목해 가자지구를 공중 폭격했고 이에 반발하여 가자지구 내 여러 무장정파에서 이스라엘에 120여 발의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질세라 화요일부터 가자지구에 140여 차례 이상의 공중 폭격과 전함을 이용한 해안 공격을 감행해 현재까지 최소 22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은 2008~9년과 2012년 11월 발생한 가자 1,2차 전쟁의 발전양상과 매우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정 사건이 갈등의 불씨가 되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공중폭격과 로켓 공격을 주고받았다. 특히 가자지구에 쏟아 부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상당한 규모였고 많은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22일간 지속된 1차 전쟁에서 약 1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해당했고, 8일간 지속된 2차 전쟁에서는 약 16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망자 수 차이는 공격기간뿐만이 아니라 지상군 투입 여부가 만들어낸 차이였다. 현재 상황이 위기인 이유는 이스라엘군이 예비군 4000명을 소집하고, 지상군 1500명을 가자지구 국경 주변에 배치하는 등 지상군 투입에 임박한 징조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례로 봤을 때, 지상군이 투입됐을 때 가자지구가 받을 인적 물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며 대부분 민간인이 그 값을 치를 것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전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에 따른 이-팔 간의 전운 고조는 단순히 3명의 이스라엘 청소년 실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06년과 2007년 팔레스타인의 두 정당 파타와 하마스가 각각 서안과 가자지구를 나눠 통치하게 된 이후 팔레스타인은 물리적·정치적으로 분단된 상태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극단주의 테러조직으로 몰아 가자지구를 2007년부터 완전히 봉쇄했고, 다루기 쉬운 서안의 파타 정부를 상대적으로 밀어주며 팔레스타인 분단을 심화시켰다. 하지만 2012년 팔레스타인이 UN 회원국의 국가 지위를 인정받고, 독립국으로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분단은 꼭 풀어야 할 문제였다.
팔레스타인 연합정부 구상, 불편한 이스라엘
파타와 하마스 양측은 수년 동안 통합에 관한 많은 협상을 지속했지만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2014년 초 드디어 본격적인 협상의 기초를 마련했다. 서안의 파타 정부와 팔레스타인 각계 고위층 인사들이 가자지구를 방문했고, 두바이에서 팔레스타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와 하마스의 리더 칼레드 마샤알이 만나 올 4월 연합정부 구상에 동의했다.
이들이 동의한 내용에 따르면 각각 따로 기능했던 하마스와 파타 정부 기능을 서안의 라말라 정부에 이양하고, 그 구성원을 파타 혹은 하마스 출신이 아닌 완벽히 중립적인 인물로 채운 후 2014년 말 전국적으로 통합된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치르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례적인 팔레스타인 통합 소식에 전 세계 각국은 환영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지만, 이스라엘은 예외였다. 하마스와 파타의 연합정부 선언에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대화를 거부하고 보복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잦은 팔레스타인 공격, 팔레스타인 소년 저격살해 등 4월 이후 긴장감은 정비례 그래프를 그려왔다.
이해하기 힘든 고리들
그 와중에 6월 12일 세 명의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이스라엘은 배후자로 하마스를 지목했지만 하마스는 이를 부인했고 그 어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도 이를 시인하지 않았다. 평소 직접 감행한 공격은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는 하마스와 여타 무장정파들의 특성상 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시작된 이스라엘의 수색작전은 서안 들쑤시기에 가까웠다. 이스라엘군은 무차별적으로 서안 지역에서 700명을 잡아 들였고, 수시로 팔레스타인 전 지역에서 가정집을 포함한 많은 장소를 급습했다. 그 과정에서 5명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해됐다.
이후 납치됐던 세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고, 이중 한 명은 이스라엘 군인으로 평소 팔레스타인 구금자를 모욕하는 사진을 소셜 네트워크에 즐겨 올렸던 자로 밝혀졌다. 여기서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7월 3일 기사에서, 납치된 청년이 긴급라인으로 신고할 때 들렸던 총소리, 혈흔 등 살해된 증거가 명백함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들이 살아있다는 거짓 희망을 줬다고 비판했다. 역시 이 때문에 대규모 수색작전 역시 시작되었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민적 반발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이스라엘 극단주의자 6명에게 팔레스타인 청년이 산채로 불태워졌고, 이스라엘 경찰은 초기에 이 청년이 동성애자로 가족들에게 살해당했다는 거짓발표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 이 사건은 이슬람교 최대 명절 라마단 기간에 발생했다.
붕 떠버린 연합정부 구상
하지만 이 일련의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국가 양분 이후 7년 만에 간신히 이뤄낸 연합정부의 희망이 엎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일 것이다. 이미 연합정부 구성을 발표할 때부터 강력한 이스라엘의 보복은 예고된 바였지만 현재까지의 일련의 사건은 우연이라고만 보기에는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지상군 투입을 감행한다면 이 과정에서 무력으로 가자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하마스가 부각될 것이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테러로 몰아 하마스와 연합한 파타정부의 연합정부 정당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 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저항에 수동적인 나사렛과 같은 이스라엘 내 아랍 도시조차 강력한 시위가 열리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예측하듯 3차 인티파다(무장봉기)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3차 인티파다가 발생한다면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에게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올 것이고, 이 역시 팔레스타인의 연합정부 구상을 수포로 만들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합정부 운명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정치적 게임에 달려있고 그 미래가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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