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체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후보지역 아파트 값이 6개월 사이에 절반 이상이나 급등하는 등 투기 조짐이 일고 있지만 청와대는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짐짓 제3자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당시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신도시 조성 계획을 언론에 먼저 밝혀 해당 지역인 인천 검단의 아파트 값이 폭등하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청와대는 "부동산 문제는 직접 끝까지 챙긴다"고 말했었다.
"예의 주시는 하고 있다"
최근 건교부와 재경부가 '분당급 신도시가 1개다, 2개다' 하며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건교부와 재경부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긴 했는데 조정이 됐다"며 "지금은 그런 이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끝까지 챙긴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주도권이 부처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천 대변인은 "정책을 집행하는 주도권이 부처에 있다는 것이지, 주요한 사안들은 분명히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김용덕 경제보좌관이 오면서 부동산정책은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해서 내각에서 중심적으로 시행해나간다"며 "부동산정책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차관 출신의 김 보좌관은 지난 해 11월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문수 전 보좌관의 후임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청와대 정책실과 경제보좌관실에서 항상 보고는 받고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나선다"면서도 "신도시를 2개로 하느냐, 1개로 하느냐를 두고 최근 재정경제부와 건교부에서 이견이 있었는데 이는 청와대가 나서기 전에 권 부총리가 정리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분당급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인 용인시 모현동의 토지 시세가 지난해 11월15일 이후 54%가 급등하는 등 수도권 지역 집값이 뛰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일부만 50% 정도 올랐지 전체적으로는 22~28% 정도 올랐다"며 "권 부총리 중심으로 내각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도 항상 예의 주시는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기류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체제를 갖추어 놓았다"는 노 대통령이 최근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안을 부처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고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한 주도권이 내각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대통령 의제로 관리되고 있고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결정하고 있다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덕 경제보좌관은 최근 출입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부동산정책은 지난해 가을까지만 청와대가 관여했고 그 이후부터는 부처에서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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