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서공단에서 4년5개월째 일하고 있는 베트남 이주노동자 두두(가명·26)씨는 비자 만기 석 달을 남겨놓고 고민이 생겼다. 비자 만기 시기인 9월까지 일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경우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사측이 통보했기 때문이다. 9월까지 일하면 석달치 월급과 퇴직금도 한국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법이 바뀌어 퇴직금을 바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두 씨는 "같은 공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 친구와 한국 친구는 일을 그만두고 바로 퇴직금을 받았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고 사장이 말했다"며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바뀐 법 때문에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 정부를 믿고 비자 만기까지 일해 베트남에서 퇴직금을 받기로 했다가 돈이 안들어오면 나는 어떻게 하냐"면서 "월급을 포기하고 지금 퇴직금을 받고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좀 더 일하고 퇴직금을 나중에 준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2일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올해 1월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 지급 시기를 이주노동자의 "출국 후 14일 내"로 변경했다.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를 떠나야만 개인 계좌로 퇴직금을 주겠다는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29일부터 개장안을 시행할 에정이다. 출금만기보험은 이주노동자 퇴직금 지급을 위해 사업주가 매월 보험료를 납부한다.
이전까지는 이주노동자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출국과 무관하게 퇴직금을 받았지만 29일부터는 출국 전까지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사업주가 보험료를 연체하거나, 3년간 퇴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새누리당 김성태・김학용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발의안 원문에는 "보험금 수령 후에도 출국하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많아 불법 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급 시기를 출국 이후로 한정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퇴직금 지급 권한은 개인 사업자인 삼성생명 등 5개 기업이 갖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를 보장한다. 노동부는 이 같은 이유로 "퇴직금 수령에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불법체류자 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반면, 시민단체는 "퇴직금 지급에 출국 단서조항을 붙이는 것은 노동악법・차별"이라며 △개정안 철회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출국과 상관없이 무조건 퇴직금 지급"을 촉구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와 '경산이주노동센터', '성서공단노조' 등 대구경북 17개 시민단체・노조가 참여하는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부터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포항고용노동지청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회를 위한 공동행동'도 한달간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폐지'를 위한 온・오프라인 10만 서명운동과 국회 앞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공동대표는 "퇴직금 수령에 단서조항을 붙이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어떤 사람이든 내국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법체류를 이유로 출국해야만 퇴직금을 준다고 하는 것은 모든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며 "출국하면 퇴직금을 준다는 말을 어떤 이주노동자가 믿겠냐. 오히려 퇴직금을 받지 않으면 갈 수 없다고 말하는 노동자가 더 많을 것이다. 비상식적인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부경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이주노동자 퇴직금을 내국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지급하는 것은 특수성을 무시한 것으로 취지와 맞지 않다"며 "개정안을 철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믿을 만한 기업과 공기관이 이를 보장해 퇴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막연한 우려 때문에 제도를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불법체류자에 대한 방지책으로도 이번 개정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벌써 시범기간을 거쳐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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