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3곳에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가운데, 36만 명에 가까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고용 형태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노동계에서는 "교육감 임기 4년 안에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완성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교육청 수준의 처우 개선 한계에 머지않아 도달할 것"이라는 현실론 또한 제기하고 있다.
3일 공공운수노조·연맹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가 공동 주최한 '민선 6기 지방정부 출범과 나쁜 일자리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학교 비정규직이 속한 노조와 민병희 진보 교육감이 재선된 강원도교육청 등이 머리를 맞댔다.
학교 비정규직은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 및 교육청에서 일하는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들이다. 학교 회계로 운영되는 직원이란 의미의 '학교 회계직원'과 스포츠 강사·영어 회화 강사 등 강사 직종 노동자들, 청소·초등 돌봄 교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에 속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자료를 종합하면, 전국에서 36만6000여 명이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제외)보다 큰 규모다.
학교 비정규직의 일상적인 고용 불안과 열악한 임금 등 노동 조건,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차별은 그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수차례 알려져 왔다.
전회련 학교 비정규직 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회계직 평균 월급은 133만7000원 수준으로 보건복지부 산정 4인 가족 최저 생계비(2013년 기준 154만 원)에 미달했다.
이는 비슷한 근속의 정규직 노동자 급여의 50% 수준이다. 아울러 학교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겐 지급되는 식대와 성과급 등을 대체로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 초등학교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 중 재해 사망 사건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없다'는 지적마저 부르고 있다.
57세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 모 씨는 지난 3월 식기 세척을 위해 끓인 물에 빠져 화상을 입고 투병하다 지난해 5월 숨졌으며, 서울시 교육청은 김 씨가 숨진 후에야 사고 사실을 인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직원 40% 차지하는 비정규직 방치? 교육 질 개선도 어려워"
학교 비정규직들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4월부터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다.
이 가운데 강원·전북·전남·서울·광주·경기 등 6개 지역에선 협약 일부가 체결됐으나, 나머지 11개 교육청과 교육부는 2년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합의점을 만들지 못 하고 있다.
배동산 국장은 "노조의 핵심 요구인 호봉제 도입 등 차별 해소 대책과 관련해선 일보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교육감 임기 4년 안에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교직원 중 40%가 넘는 비정규직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차별 대우로 낙담해 있는 상황에선, 교육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노조의 대안은 '교육 공무직'이다. 명칭에부터 노동자들의 교육적이고 공공적인 역할을 담음과 동시에, 제도적으로 교육감 직접고용 방식과 호봉제 도입을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배 국장은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재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시에 각 시도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우선 집행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교육감이 13곳에서 당선된 이상,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더는 미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홍은광 강원도 교육청 정책기획담당 비서관은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지 않은 교육청 4곳도 더는 교육감 직접고용 전환 등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1~2년 안에 각 시도 차원에서 해결 노력이 왕성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 비서관이 속한 강원도 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은 재작년 9월 전국 최초로 교육감 직접고용을 제도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 교육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홍 비서관은 "이후에도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지속 전환하고 호봉제 도입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교육청 차원에서의 개별적인 처우 개선은 결국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강원도에서도 노조를 만나 '호봉제를 하겠다' 쉽게 말씀을 못 드린다"며 "계산해 보면 부담이 엄청난 게 사실이다. 시도 교육청 차원의 노력을 최대로 주문하되, 국가적 차원에서 정리할 수 있는 호봉제 도입과 같은 사안은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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