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신청을 한 6명 중 제가 아마 꼴지겠죠. 허허."
정치인이 선거에 나서는 목적은 이기기 위해서다. 2등은 소용이 없는 게 선거의 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기 힘든 '싸움'에 패를 던지는 정치인들이 있다. 정치란 승부를 가르는 냉혹한 현실이면서 동시에 이상을 좇는 희망의 장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무모한 도전'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을 때 정치가 바뀐다.
"무엇을 바라고 되려고 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에게 7.30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선근 대표는 경남 창녕이 고향이다. 경남고등학교를 나왔다. 동시에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출신이다. 그는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 공안 사건인 '학림사건'(1981년)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었다.
"영남 출신이지만 광주와 인연은 누구보다도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림사건도 5.18의 진실을 알리는 게 목적 중 하나였으니까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광주 광산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진보정당 출신이라는 데 있다. 그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거쳐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에 합류했다.
"호남 기득권, 저는 그걸 '갑질'이라고 합니다. 이런 ‘갑질’의 뜨거움을 (새정치연합 내 경제민주화 관련 활동을 하는)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느꼈습니다.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40여 명인데, 광주-전남 의원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표출됐는데, 정치인이 표현하는 정치 행태와 시민들의 민주 의식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상층 정치의 대표자들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내 '기득권'을 깨는 일을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근거지인 호남에서, 당내 진보그룹이 해야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진보정치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나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했다고 보는 그로서는 새정치연합 내 '진보 블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대중정당으로서 진보정당 실험은 실패했다고 봅니다. 2007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 사실상 끝난 거죠. 진보정당이 양당 구조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의회에 진출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었는데 못했어요. 원내 진출도 의석 10석으로 시작했고, 지지율도 15%까지 올라갔습니다. 분당 전에는 2008년 선거에서 원내교섭단체도 바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시점을 전후로 당내 분열이 시작됐어요. 국민들은 키워주겠다는 의식이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발로 차버린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대중들이 다시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그는 현재 진보정치가 '엘리트 중심의 진보정치'라고 비판했다. 그가 '갑질'이라고 표현한 새정치연합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과 유리된 엘리트 정치"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기반한,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진보정치는 호남에서 싹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시절 전국을 상대로 민생사업을 펼쳤는데, 그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곳이 광주 광산이었습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 관련 서명 운동을 할 때 주민들이 보여줬던 열의와 지지는 충격적이었어요. 다른 광주 지역보다도 훨씬 높았습니다. 공공임대 주택 문제도 마찬가지구요.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이 기적을 이룬 지역도 광주 광산구입니다. 광산구 구의원에 4인이 나가서 모두 당선됐습니다. 비례대표도 한 명 당선됐구요. 그래서 과반에 약간 못미치는 의석을 민노당이 얻었습니다.
광산구 주민들의 민주 의식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따라올 지역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 분들이 지역주의 타파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제대로된 선택을 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광주 광산에는 이 대표 외에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명진 전 원내대표비서실장, 김병원 전 경선대 총장, 이근우 광주시당 공동위원장 등 6명이 공천 신청을 했다. 이 대표 말대로 그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솔직히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도전'을 한 이유는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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