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 사용 비율이 20%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1일 발표한 300인 이상 직접고용 사업장 2942곳(공시대상 2947곳 중 99.8% 참여)의 '2014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집계 사업장들이 사용 중인 전체 노동자 436만4000명 가운데, 직접고용 노동자는 평균 79.9%(348만6000명)이었고 간접고용 노동자(파견, 사내 하도급, 용역 등)는 평균 20.1%(8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들이 필요 인력 5명 중의 1명가량을 간접고용 노동자로 사용하며 비용 절감과 사용자성 면제 효과를 누리고 있단 얘기다.
이 가운데 5000인 이상을 사용하는 대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은 26.5%에 달했고, 1000인 이상을 사용하는 기업 또한 23%로 평균보다 높았다.
500~1000인 사업장은 13.5%, 500인 이하 사업장은 13.4%를 간접고용 노동자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조선해양 69.9%가 간접고용, 현대중공업은 4만767명
간접고용 노동자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이 조선업체는 전체 노동자 4만3874명 중 3만666명인 69.9%를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채우고 있다.
그 뒤를 포스코건설(65.5%), 현대건설(65%), 씨제이대한통운(64.8%), 에스원(63%), 삼성중공업(62.8%), 현대중공업(59.5%), 삼성엔지니어링(58.0%), 대림산업(56.3%), 삼성물산(54.6%) 등이 이었다.
인원 기준으로는 현대중공업(4만767명), 대우조선해양(3만666명), 대우건설(2만6318명), 삼성전자(2만6304명), 삼성중공업(2만4377명), KT(2만1359명), 현대건설(1만5728명), 포스코(1만5723명), 삼성물산(1만3216명), 현대제철(1만1956명)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정규직 사용 비율이 높은 사업장들은 대체로 외국계 기업들이었다. 미8군(USFK)은 전체 1만2210명 노동자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고, 기간제 노동자는 296명이었다. 정규직 비율 97.6%다.
주한미군교역처는 노동자 1534명 전원이 직접고용 정규직이었고, 스타벅스코리아 또한 5741명 전원이 직접고용 정규직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두고 노동계는 "한국사회의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 양산의 주범이 대기업이라는 게 또 한 번 확인됐다"고 평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불 능력이 큰 재벌 등 대기업이 고용시장 악화에 앞장선 꼴"이라고 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또한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외주화한다는 건설업과 중공업의 문제가 또 한 번 사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일부 도급은 제대로 집계도 안 돼…직접고용 300인 미만은 공시 의무 없음
우려했던 대로 고용형태 공시 제도의 허점이 크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비정규직과 사내 하도급의 확산이 심해지는 만큼, 각 기업이 사용 노동자의 고용 형태를 공시해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이나, 현재와 같은 제도로는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른 고용공시 제도는 간접고용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사외 하도급은 제대로 집계조차 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서비스다. 최근 하청 노동자 1000명가량이 41일간의 파업을 벌였던 이 업체는, 각 센터를 통해 1만 명가량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공시 결과에서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1404명을 사용하고 있고, 이 중 60명 만이 간접고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고용정책 기본법 시행규칙에 따라, 공시의무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집계 대상이 된 까닭이다.
직접고용을 300명 미만으로 하면 간접고용 노동자를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단체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를 만드는 동희오토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는 1300명에 달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는 300명이 안 돼 고용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장 악질적이고 나쁜 '비정규직 공장'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모든 사업장에 고용 공시를 당장 실행할 수 없다면 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 수 300명 이상 사업장을 공시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업들이 노동부의 설명처럼 쉽게 '자율적인 개선'을 꾀하진 않을 거란 비관론도 크다. 민주노총은 "자율로 맡겨서 될 일이면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다"며 "고용형태 공시제 시행은 의미가 있지만 기업들의 비정규직 남용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고용형태 공시제가 의의를 가지려면 비정상적인 고용 형태를 바로잡을 입법 등 강제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언제까지 노동자에게만 법과 원칙을 강요하고 기업은 자유와 자율로써 섬길 작정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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